그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당신은 어떤 삶에 부러움을 느끼는가? 어떤 삶이 완벽하다고 느껴지는가? 이전에 내가 생각하던 완벽한 삶은 부유한 삶이었다. 많은 돈이 있다면 삶에 아쉬움을 전혀 느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돈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돈이 많으면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많은 돈은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든다.
나의 부모님은 자주 싸우지는 않았지만, 싸울 때는 항상 돈이 얽혀있었다. 가난한 집안 형편이 집에 불화를 만드는 것 같았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100퍼센트 불행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반은 이해가 되고, 반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이 많지만 안 행복할 수 있다? 무슨 소리야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하지. 아쉬운 게 없는 완벽한 삶이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돈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특히 성공한 20대 연예인을 볼 때면 “젊고 능력 있고 아름답고 저런 완벽한 삶을 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좋겠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의 유튜브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유명한 가수의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한창 아리아나 그란데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내가 팝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를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다이어트를 할 때다. 그때 나는 다이어트 자극 사진으로 감량을 많이 한 연예인 사진을 찾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리아나 그란데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노래를 잘했다. 당신은 그녀의 곡 7 rings를 아는가?
I see it, I like it, I want it, I got it.
내가 보고 좋고 원하면 그것을 사.
Bought matching diamonds for six of my bitches.
절친한 친구 6명과 맞출 다이아몬드 반지를 샀어.
Whoever said money can't slove your problems.
돈이 네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든 간에
Must not have had enough money to slove'em
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만큼의 돈이 없었던 거야.
나는 진정한 플렉스가 무엇인지 아리아나의 노래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던 완벽한 삶은 바로 아리아나 그란데와 같은 삶이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많은 돈을 벌며 심지어 나이까지 젊다. 더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아리아나 그란데는 삶에 대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유한 삶이라고 완벽한 삶인 건 아니구나. 그 누구라도 스스로의 삶에 아쉬움과 상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유튜브로 아리아나 그란데의 라이브 영상을 볼 때였다. 그날 영상은 내가 기존에 보던 화려하고 자신감 넘쳐 보치는 영상과는 달랐다. 감정에 차올라 울먹거리는 노래 영상이었다. 노래 제목부터 ‘needy’였다. needy는 자신감이 없는, 애정에 굶주린의 뜻을 가지고 있다.
And I can be needy
난 사랑이 필요해
Way too danm needy
애정에 너무 굶주렸어
I know it feels so good to be needed
사랑받는 기분은 정말 좋겠지
Sorry if i’m up and down a lot
감정 기복이 많이 심해서 미안해
Sorry that I think i’m not enough
자존감도 낮아서 미안해
And sorry if I say sorry way too much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미안해
노래를 들으며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돈 많고 예쁘고 인기 많은 사람도 삶의 문제로 아픔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보던 그녀의 삶은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많은 돈으로 원하는 것을 다 가지며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산다고 생각했던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자존감으로 연인과의 문제로 심란하고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라는 말이 우습게 소리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 누구의 삶도 완벽할 수 없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저자는 이러한 말을 한다.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듯,
우리의 눈에 비친 타인의 모습도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가졌으며, 손상되지 않은 삶은 없다.
3년 전 복싱을 배울 때의 일이다. 복싱을 가르쳐 주시던 코치님이 나의 잘 웃고 활발한 성격을 보며 말했다. “루미 씨는 부모님한테 많이 사랑받고 자란 것 같아요~ 부모님 두 분 엄청 친하시죠? 가족도 정말 화목하고.”라고. 코치님의 칭찬은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우리 집이 불화가 넘치는 집 안은 아니다.
하지만 화목과도 거리가 멀다. 서로의 일에 관심 없고 연락도 없다. 부모님의 친하냐는 물음에는 부모님이 돈 문제로 싸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모습이 가족이 화목하고 부모님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은 기분 좋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어서 무언가 씁쓸했다. 그래서 코치님의 칭찬에 대답 없이 그냥 입가에 미소만 띠었다.
영국의 영화배우이자 영화 제작자로 유명한 찰리 채플린은 이러한 말을 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결핍된 부분을 가진 누군가를 보면 부러움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부러움을 느끼는 그 누군가의 삶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픔이 있다. 나는 살면서 나에게 없는 부분을 가진 친구들에게 많은 부러움을 느꼈었다.
친구 중에 가정적인 부모님을 둔 친구가 있었다. 내가 볼 때는 친구의 집안이 화목해 보였다. 하지만 술을 먹은 날 친구는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바람을 피우신다고. 나에게는 돈이 많아 보이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 역시 부러웠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말했다. 집에 빚이 많다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불안한 사람들》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행복은 기대치에 따라 결정되며 현재 우리에게는 인터넷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삶의 일부와 자신의 삶을 비교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나와 다른 사람의 비교를 더 쉽게 더 직관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내 삶에 없는 부분을 가진 다른 사람의 삶에 완벽한 삶이자 부러운 삶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반면에 자신의 삶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결정 투성이라고 생각하며 실망한다.
하지만 그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당신은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자신과 달리 돈이 많고, 인간관계가 넓고, 예쁘다고 부러움을 느끼고 있는가? 부러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세상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상처와 아쉬움을 가진 채 삶을 살아간다. 당신은 당신에게 없는 그 일부분만을 찾아내서 그 사람의 삶에 ‘완벽’이라는 왕관을 씌웠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는 당신의 삶을 완벽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기억하라. 모든 사람의 삶은 늘 불완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