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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루미 Sep 08. 2022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자부심을 느껴라

당당하게 살아도 괜찮아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

 - 드라마 <미생>     


 당신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인가? 당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느끼는가? 당신 스스로를 설명할 때 ‘평범’, ‘평균’이라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를 낮잡아 소개하지는 않는가? 자부심이란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면 나는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은 뭔가 타고나서 나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나는 정말 별것도 아닌 것에 창피함을 느끼고는 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는 시절 <노스페이스> 브랜드가 한창 유행이었다. 그때 <노스페이스>는 흔히 잘나가고 노는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브랜드였다. 학교 교실은 마치 브랜드 매장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바람막이, 패딩, 가방 등 <노스페이스>의 다양한 의류를 볼 수 있었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남색 등 파워레인저같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교실이 채워져 있었다.


 <노스페이스> 패딩은 한 벌이 약 30만 원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패딩 가격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 집에서는 옷 한 벌에 30만 원은 너무 큰돈이었다. 가격을 알고 나서부터였을까? 나는 브랜드가 없는 몇 만 원짜리 패딩이 초라해 보였다. 내 노브랜드 초록색 패딩이 창피해서 입고 다니기가 싫었다.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이 되면 부모님은 내게 말했다. “오늘 날씨 추워. 패딩 입고가.”라고. 그때마다 “별로 안 추워. 괜찮아. 교복의 간지는 마이야.”라는 헛소리를 하고 집을 나왔다. 그렇게 칼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때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던 학생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에 따라 <노스페이스>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나 색상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 신분이 나뉘기 시작하는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많은 중고등 학생들이 자신의 부모님에게 이러한 말을 했다고 한다.   

  

다른 애들 다 비싼 패딩 입고 다니는데, 왜 나만 없냐고.
나는 싸구려잖아! 나도 비싼 패딩 사줘!     

 최저 20만 원에서부터 많으면 100만 원을 넘는 고가 제품 <노스페이스>는 등골 빼먹는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을 하며 '등골 브레이커'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또한 "North Face가 곧 No Space라."라는 우습게 소리도 생겨놨다, <노스페이스> 패딩이 없으면 설 자리가 없다라고 비꼬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적 모습에 풍자 사진이나 영상, 만화가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예시로 네이버 웹툰 기안 84의 <패션왕>를 들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2~3개를 할 때도 종종 나는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25살에 쓰리잡으로 1억 원을 모은 사연자가 나온다. 그녀는 서장훈과 이수근에게 말한다.     


본업과 알바 2개를 병행해서 쓰리잡을 뛰고 있어요.
최근에 잘 버티다가 현타가 온 것 같아요.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미련하게 바라봐서
핀잔을 주시더라고요. 너무 돈 밖에 모른다고.    


 사연자처럼 누군가에게 핀잔을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아르바이트만 하는 나를 미련하게 바라볼까 괜스레 기가 죽었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사용할 돈은 내가 버는 것이었지만 남들보다 곱절로 일하는 내 모습이 왠지 아등바등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남들에게 일을 여러 개 병행하는 걸 숨기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초라함, 창피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상황들이다. 당신도 혹시 나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왜 별것도 아닌 일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일까? 사람은 내가 남들보다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흔히 초라함, 모자람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외모, 재능, 학력 등 많은 요소들 중에서 특히 돈은 더 많은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돈을 잘 벌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능력 좋은’과 같은 수식어를 떠올린다. 반대로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게으른’, ‘능력이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떠올려지기 쉽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가난함을 창피해한다. 돈이 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면 돈이 없다면 끊임없이 창피해 해야할까?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숨기려 애써야 할까? 앞으로도 자신보다 돈 많이 많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껴야 할까?


 분명히 돈은 인생을 살아갈 때 중요한 가치다. 돈이 많다고 행복하고 잘사는 삶은 아니지만 돈이 없다면 100퍼센트 불행하다. 나는 돈이 최고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가난하고 능력이 없고 게으른 것은 창피한 것은 죄가 아니니 떳떳하자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 않더라도 굳이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가난하게 태어나서 돈이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가난하게 태어났다면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루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 과정 속에 있다면 열심히 돈을 버는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바지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을 창피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 십가지의 기사들이 올라온다. 금수저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고 집행유예를 받는 부자들. 불안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 자신의 성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 다른 사람을 피해 입히고 상처를 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부를 이룬 사람은 당당하고 정직하고 차근차근 돈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은 초라함을 느껴야하는 세상이라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성과 문화’를 가르치시는 세종대 교수님이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조세호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았다. “20대에 사랑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을 했어요 제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야 누군가가 나타나면 좋은 걸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하다 보니까 지금의 나이에 온 것 같아요.” 고민을 들은 세종대 교수님은 대답했다.  

   

 “세호씨가 한 고민이 요즘 학생들이 흔히 하는 고민인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때는 뭔가 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정말 비싼 걸 안 사주면 어때요. 차를 못 가지고 나가면 어때요.”     


 20대, 30대는 앞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나에게 어떠한 일이 맞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이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과정을 보내는 시기이다.

 나는 당신이 지금 당장의 통장 잔고를 보고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앞으로 자신의 삶에 어떠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당신의 삶에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당신의 삶에 자긍심을 느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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