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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팔이 Jul 28. 2023

잠시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듯 내 안의 자극을 걷어내고 싶다. 심심하고 무료하고 싶다. 지금 여기서 잠시 멈춰 서서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싶다.


    좋아하는 음악도 끔찍한 뉴스도 성공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머무르고 싶다. 그곳에서 평소엔 희미해서 듣지 못했던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그곳에선 어떤 소리가 들릴까


    홍수처럼 쏟아지는 자극에서 벗어나고 싶다. 지친 것도 아닌데 잠깐 쉬어가고 싶다. 몸에 좋은 운동도 쉬어가야 하고 산에 오르는 것도 결국엔 절경을 눈에 담기 위함이니 말이다.


    밖에서 들어온 것들을 걷어내고 내 안에 있는 것만 살펴본다. 따져보니 온전한 내 것은 몇 없다. 자존심이 상한다. 내 안이 나만의 것으로 풍성하게 가득 찼으면 좋겠는데, 왠지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마음 같아선 이것저것 집히는 대로 채워 넣어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지만 임시방편일 테다.


    여유를 가지려 심호흡을 한다. 숨은 언제나 좋은 것이니까. 희망적인 건 이 짧은 성찰 덕에 내 안이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다. 티는 안 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이 의미 있고 티가 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의미 있는 순간이 찾아오는 걸 막을지도 모른다.


    호흡에 집중하자 들숨과 날숨의 편안함에 문득 감사하다 느낀다. 이거면 족하다는 생각에 평안과 여유가 찾아온다.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도 내가 숨을 쉬며 살아있다 느끼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 꽤나 엄청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기분마저 좋아진다.


    나는 항상 글을 쓸 때 읽을 사람을 고려한다. 사실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타고나기를 그렇다. 아주 오랜만에 후련하게 글을 썼다. 이게 진짜 에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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