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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팔이 Aug 24. 2024

나는 언제 화를 낼까?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났을 때

심리학 용어 중 "투사"라는 말이 있다. 투사란 나의 태도, 감정, 특성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이다. 


회사에 취업했다는 생존신고를 남겼던 지난 글에서 말했다.
회사에 다니고 가장 큰 변화는 화가 많아진 것이라고.
그러자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 화를 내는 거지? 


"발작버튼"이 눌린 듯 폭발하는 화를 꾹꾹 눌러 담은 뒤 집에 와 화를 낸 이유를 냉철하게 생각해 본다. 회사엔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일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이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과 사람과의 상성 만으로도 마치 스파크가 튀는 관계도 있다. 별 일도 아닌데, 더 큰 마찰이 생긴다. 철과 철이 부딪혔을 때 큰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는 느낌이다. 나와 닮은 철과 부딪힐 때 더 큰 마찰이 생긴다. 


내가 화를 내는 원인을 "투사"라는 심리현상으로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 용어인 "투사"는 나의 태도, 감정,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거울을 바라보듯 타인을 보는 것이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언행이 너무 못마땅할 때마다 그 사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와 닮은 단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생각이 많고 예민한 나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나의 단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다. 나는 타인에게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게 만든다.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은 나의 실력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내면이 이렇다 보니 나의 실력이 들통날 것 같은 상황을 두려워한다. 문제가 발생해 책임소재를 따지는 상황은 내게 심리적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인정받지 못한다면 버려질 것이고 버려짐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내면엔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피해의식과 방어기제가 있다. 나의 방어기제가 상대방의 방어기제와 만났을 때, 서로 살기 위해 생존본능을 발동시켜 화를 낸다. 서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며 화를 내곤 있지만, 사실 같은 이유인 "살기 위해"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화를 내는 순서를 분해해 보면 이렇다.  

인정받고 싶다 -> 인정받고 싶은 타인을 만난다 -> 누군가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 서로 인정받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  상대방이 꼴 보기 싫다 -> "투사"가 작동해 화를 낸다 
-> 화를 낸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에게서 문제를 찾는다 -> 찾고 보니 나의 문제다 -> 자기혐오 

내가 했지만, 너무 완벽한 분석이다. 슬프게도 분석은 완벽하다. 실행이 어려울 뿐.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이런 악순환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향한 인정과 용인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스스로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상대를 보고 투사하는 일도 멈출 것이다. 더 나아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방어기제는 뼈에 새겨진 것 같아서 악순환의 구조를 깨닫는다고 바로 고쳐지진 않는다. "발작버튼"처럼 일단 눌리면 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를 내더라도 "아차차, 나를 받아들이자, 상대도 이런 거겠지..."라고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사랑해 칠팔아
괜찮아 칠팔아
괜찮아 나를 닮은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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