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로봇 경쟁에 뛰어드는 자동차 기업들
우리의 미래를 바꿀 테슬라의 야심작이 세상에 곧 공개된다.
혁신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는 오늘도 끊임없이 도전한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미 바꿔놓은 테슬라. 그리고 스페이스엑스(SpaceX), 뉴럴 링크(Neuralink), 보링 컴버니(The Boring Company), 솔라시티(SolarCity). 다 일론 머스크의 사업이다. 이런 파격적인 프로젝트들은 우리가 생각만 해왔던 미래의 모습을 현실화시키는 일론 머스크의 능력을 증명한다.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는 로봇이 보이는 이 티저 사진은 2022년 8월 4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annual shareholder meeting)에서 공개되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는 2022년 9월 30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에서 열릴 테슬라 AI 데이에서 발표한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젝트가 테슬라의 최우선 과제라고 한다. 그는 "미래에는 가정용 로봇이 자동차보다 저렴해져, 10년 이내에 사람들은 부모에게 생일 선물로 로봇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미래 로봇 산업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전망성을 명시했다.
옵티머스가 세상에 처음 소개된 날은 지난 2021년 8월, 테슬라 AI 데이였다. 일론 머스크는 그날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직접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프로토타입을 '테슬라 봇'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테슬라 봇의 모습은 인간의 외적인 모습과 너무 닮아 많은 사람들을 오싹하게 할 정도였다. 테슬라 봇의 프로토타입은 키 172cm(5ft 8in)에 몸무게 57kg(125lb)로 성인 남성의 평균 피지컬과 유사했다. 게다가 이 로봇은 무려 68kg(150lb)의 데드리프트와 시속 8km의 이동 속도가 가능하게 될 예정이다. 인간의 모습과 비슷한 테슬라 봇의 디자인은 일론 머스크의 의견 때문이었다. 그는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을 하면서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면, 인간의 기능뿐만이 아닌 외형적인 부분도 비슷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옵티머스에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탑재될 가능성도 보인다.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이 수행하는 지적 작업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함으로써,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에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실현시킨다.
자동차 업체의 로봇 사업에 대한 도전은 사실 테슬라뿐만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혼다의 2000년 '아시모'와 도요타의 2005년 '파트너 로봇', 2017년 휴머노이드 로봇 'T-HR3', 2019년 '마이크로 팔레트'가 있다. GM은 나사(NASA)와 협엽해 '로보 노트2'를 개발하였고, 포드는 '디지트'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그룹 또한 세계 최초의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경쟁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기업들은 왜 로봇 산업에 투자하는 걸까.
일론 머스크는 오늘의 자동차를 '웹에 연결된 바퀴 달린 로봇'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미래의 자동차와 로봇의 경계선이 흐려졌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동차 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로봇 산업과 미래의 자동차 산업의 기술적인 시너지(synergy)라고 볼 수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로 예를 들어보겠다.
옵티머스의 머리에는 8대의 카메라가 탑재되어 주변 환경을 탐색한다.
전기차의 AI 기술을 통해 이미지를 식별하고 레이블을 지정하여 물체를 인식한다.
전기차의 자동조종장치(autopilot) 시스템을 탑재해 경로를 추적하고 장애물을 피한다.
이렇게 로봇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이 필요하다. 각종 센서뿐만이 아닌, 주변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할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다.
자동차 기업들의 수많은 로봇들 중, 우리는 왜 테슬라의 로봇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지금까지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였던 로봇들은 대부분 물품 배송에 초점을 둔다. 도요타의 '마이크로 팔래'은 자율주행차와 고객 사이를 오가며 물품을 전달하고, 포드의 '디지트' 또한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배송의 필요성은 급격히 증가했고, 많은 기업들은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 따라서 로봇을 사용해 물품 배송이 가능해진다면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될 뿐만이 아니라 배송 인건비와 오배송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슷한 자동차 기업들의 로봇 트렌드에 비해, 테슬라의 로봇은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처음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인간의 신부름을 대신해주게 될 거라는 주제로 화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테슬라의 로봇 개발의 핵심적인 목적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한 기가 공장의 완전 자동화다.
지난 몇 년간 전기차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기차 산업의 리더 테슬라의 기가 공장의 필요성은 커져갔다. 최근 테슬라 주주총회에서는 2022년 연말에 새로운 기가 공장의 개장 계획과, 향후 12개의 공장이 추가적으로 오픈할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옵티머스는 나날이 늘어나는 테슬라 공장들에서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단순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테슬라는 앞으로 추가 공장을 오픈한다 해도, 다시는 노동력 부족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슬라의 수익 모델을 향상한다.
내가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영향에 대한 두 가지의 고려 요소를 정리해봤다.
첫 번째. 일론 머스크는 로봇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를 "재미없는 단순 노동을 로봇에 맡기면 인건비는 줄이고 사람은 더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혁신과 로봇 산업의 성장이 급속화되면서 일의 미래(future of work)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봇 기술의 발전은 단순 노동이 자동화됨으로써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좋아질 거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 쓰기 시작하다 보면 이 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일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뤄보겠다.
두 번째. 옵티머스가 '테슬라 봇'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테슬라 봇의 인간과 유사한 모습에 쏠렸다. 성인 남성의 평균 키와 몸무게가 비슷한 로봇을 만든다는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는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 처럼 인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거나 인류에 치명적일 수 있는 잠재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테슬라 봇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일론 머스크는 "다른 회사에서 만든 로봇이 안전하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테슬라에서 만든 로봇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범용 인공지능을 이용해 일분일초마다 점점 더 똑똑해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앞으로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 따라서 옵티머스와 같은 로봇의 잠재적 위험성과 인류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한 부분은 조심성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고 인간 사회에서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가정 하에, 휴머노이드 로봇은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또한, 지금까지 일론 머스크의 혁신적 프로젝트들은 미래 테크 기술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로 작용해왔다고 생각한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우리 사회에 파격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새로운 기술적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로봇 에브리웨어(Robot Everywhere) 시대'에 가까워지면서, 로봇 시장의 규모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이후에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30년 로봇 시장 규모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옵티머스를 공개하는 순간부터 일론 머스크는 또 한 가지 혁신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테슬라의 '4륜 로봇'인 전기차는 우리가 여행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론 머스크가 자동차 산업을 스마트 자동차로 바꾸는 계획을 현실화시킨 것처럼, 일론 머스크를 통해 스마트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