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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Sep 02. 2022

필사를 시작하다

필사를 시작했다.

어느 브런치에서 글쓰기 시작 후 필사가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내 아침 루틴에 필사를 추가했다.

막상 하려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검색을 했다.

'필사하는 법', '필사 추천 책'들을 찾아보니 글쓰기를 위해 하는 사람들은 주로 문학책을 책의 내용을 습득하려고 필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선택했다.


나는 글쓰기를 하기로 한 사람이니 문학책을 하기로 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법정스님의 '무소유' 등을 추천하는 글이 많이 보였으나 결론적으로 나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선택했다.


나 역시 여행 에세이를 썼다는 점에서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는 이 책을 무지 좋아한다. 김영하 작가의 말하듯 써 내려간 글도 좋지만 나도 모르고 있던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대신 짚어주는 느낌이라 마냥 좋다.



시작하고 처음에는 글을 따라 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손글씨를 쓰는 것이 생각보다 오랜만인 데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사람처럼 예쁘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필사를 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되었다.

보름 정도 해본 필사의 장점은 이것이다.



1. 글의 구조와 문장을 함께 볼 수 있다.


 읽었던 책을 다시 필사하며 숲도 보고 나무도 보이는 느낌이었다. 문장 하나하나 이런 표현이 이렇게 쓰였구나 다시 되새길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구조도 살펴보게 되었다.


책을 그냥 통독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냥 읽을 때는 페이지 넘어가기에 바빠 문장 안에 머물 수 없었지만 필사를 하며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구조가 보였다.


 필사는 작가의 글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라던데 글의 구조와 세부 문장이 함께 보이며 전체적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2. 오롯이 집중하여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필사하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중하여 책을 보고 그것을 옮겨 적는다. 필사의 매력에 빠져 10년째 하고 있다는 조경국 저자는 '필사의 기초'에서 필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필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나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것에서 독립할 수 있습니다. 따져보면 혼자 무엇인가 하는 시간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극히 일부입니다."(p.23)


나는 아침 시간에 주로 필사를 하며 오롯이 책 속에만 몰두한다. 그러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저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다. 필사는 내게 힐링이 되는 행위이다.



3. 문장력을 높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글을 쓰며 작가의 문장을 통째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글에 쓰인 단어의 의미와 문맥도 자연스럽게 파악되고 글을 쓰는 것이 좀 더 편해진다. 글을 쓸 때 떠올릴 수 있는 단어의 수도 더 많아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예쁘게 형식을 갖추고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작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무식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하얀 노트에 그대로 글을 베끼는 방식으로. 책도 내가 읽고 싶은 책으로 선택해서 시작한 필사가 이제 중요한 취미가 되어버렸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는 필사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여행의 이유가 끝나면 다른 책으로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필사도 노하우가 생기고 브런치에 쓰는 글도 조금 더 다듬어질 수 있겠지 생각하며 아침시간에 필사를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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