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의 대체재, 그리고 앱 산업이 준비해야 할 것
모바일 앱 산업은 성숙기에 있습니다. 앱 산업은 다음 수단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합니다. 향후 3년 내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근거를 살펴보고, 앱 산업이 지금부터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모바일 앱 신규 다운로드는 멈췄고 수익은 기존 사용자에게서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수는 매년 1,350억~1,400억 건 수준에서 평탄화됐습니다. 그런데 2024년 iOS·Google Play 인앱구매 및 구독 매출은 전년 대비 13% 성장해 1,50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새 사람이 들어오는 시장이 아니고, 기존에 있던 사람에게서 더 많이 버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죠. 이건 성숙 시장의 정의에 부합합니다.
앱의 기반인 스마트폰 시장도 같은 신호를 보냅니다. 2025년 글로벌 스마트폰 성장률 전망은 1.5%입니다. 앱스토어가 열린 2008년 앱 시장은 5억 달러였습니다. 2024년 전체 생태계는 5조 3,580억 달러입니다. 16년 만에 10,000배 이상 성장한 시장이 지금 S커브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확장은 멈추고 수익화만 심화되고 있습니다. 성숙기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왜 성장이 멈췄는지 이해하려면, 앱이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앱은 '사용자의 의도 → UI 조작 → 기능 실행' 이라는 3단계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배달을 시키려면 앱을 열고, 검색하고, 장바구니를 담고, 결제를 눌러야 합니다. 길을 찾을 때도 앱을 열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 구조는 한 가지 전제를 요구합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보고, UI를 직접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운전 중에는 두 손이 묶입니다. 러닝 중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집중해 보기가 어렵습니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을 때는 타이핑이 힘들죠. 앱의 한계는 기능이나 콘텐츠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디바이스를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인터페이스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시각을 넓혀보면 이 패턴은 반복됩니다. 인쇄물은 실시간 정보 갱신이 안 되고, 여러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전화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시각 정보는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수신자라는 제약도 있었습니다. 콜택시 상담사는 24시간 대응할 수 없고, 배달 가게 사장은 동시에 열 통의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영업시간에만 연결되며 동시에 한 명만 응대가 가능한거죠.
앱은 수신자를 인간에서 소프트웨어로 교체하며 그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텍스트·이미지·지도·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24시간 사용 가능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앱 다음은 무엇이 앱의 한계, 즉 'UI를 눈으로 보며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제약을 극복하게 될까요?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의도를 받아 앱의 UI 없이 직접 백엔드 API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7시에 강남역 근처 일식집 2명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는 지도 API, 식당 예약 API, 결제 API를 순차적으로 호출합니다. 사용자는 앱을 열지 않았습니다. UI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앱의 대체재입니다. 앱이라는 UI 레이어가 AI 에이전트로 교체되는 것입니다. Gartner는 2025년 기준 AI가 앱 API를 직접 호출하는 비율이 5%에 불과하지만, 2026년에는 4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RCR Wireless는 2027~2028년을 '앱리스 인터페이스(App-less Interface)' 등장 시점으로 지목했습니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UI다(AI agents as UI)"라고 선언했습니다. 앱을 대체하는 것은 슈퍼앱 같은 다른 앱이 아닙니다. 앱이라는 방식 자체를 우회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앱의 기능적 역할을 흡수한다면, 사용자는 에이전트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한다면 디바이스 의존성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여기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등장합니다. AI 에이전트에 적합한 입출력 인터페이스입니다.
한국에서 무선이어폰 보급률은 2020년 41%에서 2024년 59%로 4년 만에 18%p 급증했습니다. 스마트워치 보급률은 2015년 1%에서 2024년 33%로 올라섰습니다. 4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스크린 없이 정보를 주고받는 폼팩터를 몸에 달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AI 에이전트에게 의도를 전달하고, 결과를 받는 새로운 접점입니다. 운전 중에 "다음 톨게이트비 얼마야?"라고 말하면 AI가 즉시 답합니다. 앱을 열 필요가 없습니다. 앱 UI 레이어라는 제약을 제거한 서비스 이용 방식입니다.
2026년 삼성 갤럭시 언팩에서는 갤럭시 버즈 4의 '고개 끄덕임' 전화 수신과 제미나이 AI 음성 호출이 발표됐습니다. 갤럭시 S26는 AI 콜 스크리닝으로 사용자 대신 AI가 전화를 처리합니다. MWC 2026에서 주요 통신사들은 'AI 에이전트 + 웨어러블' 결합을 신규 매출 모델로 선언했습니다.
아직 모바일 앱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전환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Phase 1. AI 에이전트가 앱을 우회하기 시작 (2026~2027)
Gartner가 전망한 대로 AI의 앱 API 직접 호출 비율이 40%에 달하는 시점입니다. OpenAI는 2026년 스크린 없는 AI 하드웨어 기기를 발표할 예정이고, 주요 플랫폼에서 앱리스 인터페이스 실험이 시작됩니다. 사용자는 특정 앱 없이도 동일한 기능을 AI 에이전트로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Phase 2 — 새 폼팩터 전쟁 (2027~2029)
메타, 애플, 삼성이 AI 에이전트를 기본 탑재한 웨어러블·폼팩터를 경쟁적으로 출시합니다. 웨어러블 AI 시장 규모는 2025년 488억 달러에서 2030년 1,768억 달러로 성장합니다. CAGR이 약 25%죠. 스마트폰은 기능을 잃지 않지만, 주요 일상 서비스의 접점은 웨어러블로 이동합니다.
Phase 3 — Agent Store 시대 (2028~2032)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가 표준화되며 Agent Store가 앱스토어를 잠식합니다. 기업들은 앱을 만드는 대신 에이전트에 등록될 API와 Action을 설계합니다. 앱 스토어 수수료 의존 구조가 흔들립니다.
Phase 4 — 디바이스 없는 연결 (2035 이후)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장은 2025년 26억 달러에서 2035년 138억 달러으로 성장(CAGR 약 18%)하며, 디바이스 없는 상시 연결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 시점에는 앱과 웨어러블이라는 개념 자체가 재정의됩니다.
이대로라면 모바일 앱 산업 종사자들은 10년 내에 직장을 잃게 되겠죠. 대응 타임라인을 정리해봅니다.
2026~2027년 — 수익 구조 재설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운로드와 MAU는 성장 지표가 아닙니다. 리텐션, ARPU, 구독 전환율 등이 중요한 KPI입니다. 광고 의존도를 줄이고 B2B API 수익과 구독 모델을 실험해야 합니다. 동시에 AI 에이전트가 자신의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도록 API-first 설계를 내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앱 UI를 만드는 것과 API를 노출하는 것은 이제 다른 투자 결정입니다.
2027~2029년 — 새 플랫폼 선점
화면 없이 핵심 기능이 작동하는 UX가 필요합니다. 갤럭시 AI, 애플 인텔리전스, Siri Shortcuts 등 주요 AI 플랫폼의 Action/Skill 등록을 해봐야 합니다. 데이터 최소 수집·투명 동의 체계를 이 시점까지 완성해야 합니다. 새 플랫폼은 기존 앱보다 프라이버시 기준이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8~2032년 — 앱스토어 외부 생존 전략
PWA(Progressive Web App)와 직접 결제 채널로 앱스토어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에 'Action Provider'로 등록할 준비를 하세요. 앱이라는 기능 패키지가 아니라, 서비스 자체가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호출될 수 있는 단위로 제품을 재정의해야 합니다.
모바일 앱은 인쇄물과 전화의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했지만, 이제 사용자가 UI를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할 대체재는 AI 에이전트입니다. AI 에이전트는 앱 UI 없이 동일한 기능을 실행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그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는 새 접점이 됩니다.
시장 데이터가 전환 속도를 말해줍니다. 2027년이 분기점입니다. 앱 산업에 남은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더 좋은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앱 이후의 세계에서 자신의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지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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