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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l 02. 2024

작은 친절

2024.07.02

2013년 6월, 스톡홀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세상이 정말 얼마나 광대한지, 그리고 자신은 얼마나 작고 불완전한지를 잠시라도 직시한다면 섣불리 할 수 없는 생각이다.


마치 악성 종양을 도려내는 외과의사처럼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수단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적지 않은 경우에는 자신도 결국 그 문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들었던 비유를 빌리자면, 버스를 타고 있는 사람이 동시에 그 버스를 밖에서 미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을 바꾸기 어려운 건, 결국 스스로를 바꾸기 어려운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누구나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태어나서 특정한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어떤 현상이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그 인식에는 특정한 가치관이 전제되어 있다. 같은 현상이라도 각자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부작용의 위험도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가 수술을 집도해도 몸의 다른 부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한 사람의 몸도 이러한데, 한 사회를 바꾸는 결정을 할 때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한 의도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지난 일요일, 코미디언 Mike Birbiglia가 공연을 마치며 남긴 말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저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죠. 그리고 누구나 틀린 판단을 자주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작은 친절을 베푸는 걸지도 몰라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향한 작은 친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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