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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Feb 25. 2024

또 다른 나

퍼즐조각을 맞추듯 기록하다 보면 내가 원하던 나와 마주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지나간 과거를 마주하기 위해 오늘도 기록한다. 물리학에서 과거는 절대 되돌아 갈 수 없고, 타임머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리학을 딛고 과거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이 글과 책이 아닐까. 공책 모서리에 적어둔 메모 조각이, 책 한 구절이, 과거로 데려가니 말이다. 오늘은 문득 글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내가 간절히 바라는 목마름 일 테다.


   매일 꾸준히 하고 있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를 이루고자 새벽 기상을 했고, 1년 넘게 유지하는 나를 보며 왜 이토록 쓰려고 하는지 들여다보게 되었다. 글은 복잡한 마음을 하나씩 내려놓게 하였다. 일상에서 참고 견뎌 상처 난 마음이 고스란히 녹여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며 눈물 흘렸다. 눈물은 마음에 남은 상처를 말끔히 씻어준다.


   메말랐던 일상에 찾아온 이루다. ‘이루다’는 미사시, 미래를 사는 시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이브닝 루틴 다이어리를 쓰는 시간이다. 하루 30분, 오늘을 되짚으며 나를 돌아본다. 뒤죽박죽인 하루를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망설였다. 일주일 지나고 한 달, 꾸준히 더듬는 나에게 다섯 개의 카테고리가 잔상으로 남았다. 글쓰기, 운동, 독서, 가족, 이루다.


   이 시간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쉼이다. 건망증으로 작은 것을 놓치지 않게 연습하는 시간이다.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갈망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물 흐르듯 하루를 무사히 지낸 것에 감사하자, 이루고 싶은 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행동에 자꾸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타당한 이유가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다. 우선순위보다, 작지만 매일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간절하기에.


   몸을 규칙적으로 움직이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30분 다이어리를 쓰고, 10분 운동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하루 이틀 쌓이자 자신감이 붙었다. 흔들렸던 일상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금요일이나 주말은 가정사로 빠지기도 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날 위한 저축이고, 누구도 눈치 주거나 간섭하지 않기에. 내가 원하는 바, 이루기 위해 오롯이 홀로 하는 줄다리기다.


   비 내리는 주말은 혼자 놀기 딱 좋다.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 한잔 내려 도서관을 향한다. 두 시간, 알차게 보내고 다음 일정에 임한다. 휴일은 나를 위한 시간부터 챙긴다. 작은 채움은 하루를 즐겁고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 옛날 새벽기상이 그랬듯. 잔잔한 음악소리에 카페 온 듯 책장을 둘러보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 책에 꽂혔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이 선물해 준 책, 이 책으로 신경숙 작가에게 푹 빠졌었다. 음식은 편식하지 않지만 작가에게 빠지면 한동안 편독만 한다. 그리 편독했던 책도 다시 읽으니 생소한 걸 보면 편독이 그리 나쁜 건 아닌가 보다. 새로운 책을 읽듯 다시 빠져들었다.


   이루다 덕분에 일상이 바쁘지 않다. 계획한 일 좀 놓치면 어떤가. 한 눈 판 시간도 의미 있으리. 퍼즐조각을 맞추듯 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분명 내가 원하던 나와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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