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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드레 Apr 08. 2022

투자를 통해 진정 '자신'으로 거듭난 한 투자자의 기록

[책을 읽고, 생각을 잇고]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지금껏 이런저런 투자 관련 서적들을 읽어 오며, '투자의 정석'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책들을 읽고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며, 이젠 어느 정도 투자와 관련한 개념들에 익숙해져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라는 헛된 망상이 잠시 고개를 들 때도 있었지만, 시장에 따라 출렁이는 계좌의 잔고는 항상 저를 다시 겸손하게 만들어주곤 했죠. 그 누구도 확고한 위치에서 시장 혹은 종목의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이, 여타 학문들과 같이 축적된 지식의 양으로만 그 성패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매혹되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학문적 지식보다는 '경험적 지혜'가, 수리적 분석력보다는 '미래에 대한 혜안'이, 엄청난 열정보다는 인내하며 한걸음씩 발길을 내딛는 '정중동(靜中動)의 자세'가 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소위 높은 스펙으로 철저히 무장한 사람들도 있지만, 시장 속에서 끊임없이 생존하며 오랜 경험과 공부를 통한 통찰력으로 무장된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시장을 떠나지 말라'는 증시의 격언은, 고통을 감내하는 자세를 갖추고, 와신상담하며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기반한 시선으로 시장을 시장을 바라봐야 성공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속에서도 성공한 이들이 내어놓는 책들이 대부분이기에, 나름 성공한 투자자라 평가받는 이들이 쓴 투자 관련 책들을 보면 그 사람들의 투자관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인생관'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투자에 관심이 있어 읽기 시작한 투자서적들이었지만, 이제는 "이 사람은 어떠한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투자지식이 조금은 가미된 '수필집'을 읽는다는 느낌으로 지금도 책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래서 저명한 투자자들이 투자적 지식보다는, 투자에 대한 스스로의 철학이 중요하다고 말했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 강민우님 역시 젊은 나이에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산전수전을 겪으며 전업 투자자로 성공했다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접하기 훨씬 이전인, 유튜브 채널 '돈깡의 알고 하는 투자'를 구독하면서부터 입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편견이 담긴 멘트 하나 일절 없이, 증시의 이슈들과 시장의 흐름을 편안하게 설명해 주는 영상들이 꽤 괜찮다 생각했고, 지금은 해당 채널의 영상들을 거의 다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평균적으로 10분 남짓한 영상 동안 이슈에 대한 핵심과 특징들을 잘 정리해서 말해주고, 시청하며 혹시나 놓쳤을지도 모르는 구독자들을 위해 마지막 요약정리까지 해주는 친절함에, 이 책까지 읽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영상별 말미 요약정리 예시 (출처 : <돈깡의 알고하는 투자> 유튜브 채널)


  저자의 투자적 역랑이 쉬이 쌓인 것은 당연히 아니겠죠. 그 역시 가난 극복에 대한 열망으로 투자를 시작, 시장에서의 숱한 실패를 겪어가며 내공과 성과를 쌓은 사람입니다. 저자는 20대의 전부를 모니터 앞에서 스스로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신을 발견해 나가던 시간으로 지난날을 기억하며, 이를 통해 "주식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대학 진학 등의 사회가 요구하는 기존의 노선을 버리고, 세상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선택한 저자의 선택은 전업투자자를 지향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쉬이 동의하지 못할 어려운 길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꾸준한 공부와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통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은 단순한 허상일 뿐, 희망을 손에 잡히는 '실체'로 만들기 위한 꾸준하고도 처절한 노력이 필요함을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녹화된 매매일지'를 자신을 벼리는 도구로 삼았습니다. 장 시작부터 마감까지 자신이 거래하는 장면들을 빠짐없이 녹화했고, 장 마감 후 매일 녹화된 매매일지를 복기함으로써 스스로를 단단히 단련해 왔습니다. 영상 속 자신은 스스로 이해되지 않을 만큼 어리석은 거래를 충동적으로 하기도 하였고, 거래가 필요한 시점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머뭇거리기도 했다 합니다. 이처럼 장 마감 후 자신의 장중 거래행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실패의 원인을 바로잡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규칙을 수립, 그를 철저히 준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자는 끊업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정교하게 스스로의 매매기법을 다듬고 나서야 비로소 주식시장에서 성취를 거둘 수 있었다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본인의 전업트레이더로서의 일상 루틴 (출처 : 콤파다)




그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부분들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발췌해 봅니다.



1. 매매구분, 매수일자, 체결단가, 체결수량, 매매비용, 매매이유 등을 주욱 적어 놓은 매매일지도 분명 도움이 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바로 ‘녹화된 매매일지’이다. 아침에 장이 시작했을 때부터 장이 끝날 때까지 나의 모든 움직임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는 영상을 봐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입 시기와 청산 시기이다. 내가 어느 순간에 진입을 하는지, 그리고 왜 청산을 하는지를 다시 되짚어가야 한다.



2. 주식의 투자 과정은 ‘나의 본성’과 마주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더불어 그것이 투자 스타일이 되고,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몇 개월 정도만 주식공부를 하면 대충 원리를 알게 된다. 특정 종목을 연구하다 보면 누구나 향후 추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본성’이 무엇을 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3. 매매의 횟수 자체가 투자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속담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말을 전하고 있지만, 매매에서는 백 번을 찍어도 매번 내 도끼만 작살이 날 수가 있다. 횟수를 줄이고 생각을 하는 것, 그리고 원리를 찾는 것이 단 한 번의 도끼질로도 나무를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4. 자신에 대한 믿음의 출발점은 자신에 관한 끊임없는 부정과 의심이다. ‘내 생각은 틀렸어’를 전제하는 용기를 갖출 수 있을 때, 부정과 의심은 진실을 찾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 계속되는 의심과 부정의 노력 속에서 결코 변치 않는 요소들이 걸러질 것이고, 그 요소들이 결국 성공 투자라는 강을 건너게 해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5. 전업 트레이더는 성공에 가까워지면 ‘영광스러운 길’이지만,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면 ‘가시밭길’에 불과하다. 최종적으로 정보를 판단하고,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수준 높은 전략가의 삶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본서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에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이라는 것을 예측해 보기 위해 분투하고 노력했던 저자의 시간과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습니다. 흔들리는 장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다잡고, 어떠한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종목을 분석, 공부해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 배워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업트레이더로서의 저자의 삶과, 저를 비롯하여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의 삶의 방식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투자를 택했다는 방향성이 동일하다면, 다름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식을 선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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