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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Jul 17. 2022

스트릿룩

서태지, 힙합

스트릿룩이라 할만한 스타일은 다사다난한 인식의 변화를 겪었다. 이름 뜻만 직역하면 '길거리에서 보일 법한 옷'으로 차려입지 않은 편하게 입은 듯한 느낌을 말한다. 그러나 스트릿룩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힙합을 하는, 래퍼들이나 입을 법한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아마도 서태지 때문인 듯하다.



서태지는 데뷔 후 통 넓은 바지나 비니, 선글라스 같은 아이템들을 일상 속에서 활용할 만한 패션으로 소화시켰다. 이 아이템들은 단정함이나 깔끔함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반쯤 내려 입은 바지를 대중들에게 유행시킨 것도 서태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데뷔한 90년대는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하던 시대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서태지는 '서태지 신드롬'에 대한 논문도 나올 만큼 파격 그 자체였다. 서태지가 보여줬던 음악적 스타일은 힙합이다. 평론가들이 이게 음악이냐고 비판만 했던 것과는 달리 서태지의 성공과 파급력은 나날이 커졌다. 힙합은 기존 세대에 대한 반항과 솔직함을 무기로 갖는 음악이다. 기성세대에 저항하려는 성격이 강한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힙합과 서태지의 패션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가 음악 대통령이 아니라 문화 대통령으로 불린 이유다.




힙합 패션이 스트릿 패션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홍대 길거리와 관련 있다. 힙합은 분명 파격적인 음악이었지만 그렇게까지 대중적이진 못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2000년 전후 아이돌의 등장과 발라드 전성시대를 맞이하면서 힙합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입지가 줄어든 힙합은 자연스레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고자 했고 그것이 홍대 길거리가 되었다. 홍대 길거리엔 래퍼를 비롯한 예술가들이 몰렸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옷차림을 찾았다. 예술은 현실에 대한 비판을 보여줘야 한다. 스트릿 스타일과 그들의 조합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래서 한 때 스트릿룩은 홍대병 스타일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안 좋은 의미였다. 길거리 사람들의 옷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소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의 성공과 함께 스트릿룩의 입지도 변화했다. TV를 틀면 래퍼들이 나오고 SNS에서는 그들의 공연 클립이 쏟아졌다. '딘드밀리룩'이라는 그런지 스타일을 유행시킨 딘과 키드밀리나 기리보이 등 많은 래퍼들이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스레 그들의 자유분방한 패션도 익숙해졌으며, 익숙함이 멋으로 변화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패션뿐만 아니라 삶의 영역에 있어서 개성,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그들의 과감한 스타일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자주 애용하는 아이템 몇 개를 자신의 스타일에서 소화하기 시작했다. 스니커즈 씬이 대폭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발은 새롭게 시도해볼 만한 가장 편한 아이템이다. 무드를 180도 바꿔놓을 수 있지만 시각적인 크기 자체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장 입은 직장인이 구두가 아닌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제 후드티나 와이드 팬츠, 나이키 운동화 같은 아이템들을 입고 다녀도 어느 누구도 격식 없다고 비꼬지 않는다. 스트릿룩은 박해받아 왔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지켜왔고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폭발했다. 스트릿룩은 독특하고 낯설기만 한 스타일에서 정말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그러니까 힙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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