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자반고등어 란 제목을 보자마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생선 중에서도 짭짤한 자반고등어를 즐기셨다. 읍내 장에 갔다 오시는 아버지나 엄마의 장물짐엔 자반고등어 한 손(고등어 두 마리를 배를 갈라 손질해 포개진 상태 )은 항시 들어 있었다.
지금에 와 짚어보면 그나마 자반고등어 값이 조기나 병어 같은 다른 생선에 비해 값이 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짐작된다. 간고등어를 토막 치고 무를 설겅설겅 썰어 넣고조리거나 석쇠에 구워 밥상에 올라오면 고등어 특유의 비릿함도 내키지 않았지만썩은 동태눈 같은한물간 생선이까닭없이 싫었다.
소금에 절여져 엎어지고 뒤집힌 고등어는 사람 손을 얼마나 탔는지 눈알까지 빠지고 눈자리가 푹 꺼진 자반고등어와 그것을 팔러 나온 심란한 여자의 심란한 몰골이 겹쳐진다.
소금은 음식에선 더할 나위없는 중요한 조미료지만 한편으로는 부패를 막기 위한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뱃속에 내장을 꺼내고 한 움큼의 소금으로 절여지는 자반고등어는 물좋은 생선에는 못 들어가도 없는 집 밥상에는 그것과 상관없는 먹을거리였다. 이 시에서는 그런 자반고등어가 삶의 복판에서 뒤집히고 자빠진 저 여자의 다른 모습으로 클로즈업 된다.
세상 물 좋은 하고많은 생선 중에서 자린고비처럼 짜디짠 자반고등어를 즐기셨던아버지의 삶이나 집안에 아픈 환자를 두고 생계를 책임지고 생활전선에 내던져진 저 여자 속은 어쩌면 숯검정처럼 까맣게 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