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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Feb 23. 2024

29  유홍준 시인의 '자반고등어'

자반고등어

유홍준 시인

 

얼마나 뒤집혔는지

눈알이 빠져 달아나고 없다

​뱃속에 한 움큼, 소금을 털어 넣고

​썩어빠진 송판 위에 누워 있다

​방구석에 시체를 자빠트려 놓고

 죽은 지 오래된 생선 썩기 전에 팔러 온

​저 여자, 얼마나 뒤집혔는지

​비늘, 다 벗겨지고 없다

 

시집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78쪽의 시.


<시시콜콜> 자반고등어 란 제목을 보자마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생선 중에서도 짭짤한 자반고등어​를  즐기셨다. 읍내 장에 갔다 오시는 아버지나 엄마의 장물짐엔 자반고등어 한 손 (고등어 두 마리를 배를 갈라 손질해 포개진 상태 )은 항시 들어 있었다. 


 지금에 와 짚어보면 그나마 자반고등어 값이 조기나 병어 같은 다른 생선비해 값이 헐했기 때문이 아니었을  짐작된다. 간고등어를 토막 치고 무를 설겅설겅 썰어 넣고 조리거나 석쇠에 구워 밥상에 올라오면 고등어 특유의 비릿함도 내키지 않았지만 썩은 동태눈 같은 한물간 생선이 까닭없이 었다.

소금에 절여져 엎어지고 뒤집힌 고등어는 사람 손을 얼마나 탔는지 알까지  빠지고 눈자리가 푹 꺼진  자반고​등어와 그것을 팔러 나온 심란한 여자의 심란한 몰골이 겹쳐진다.

​소금은 음식에선 더할 나위없는 중요한 조미료지만 한편으로는 부패를 막기 위한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뱃속에 내장을 꺼내고 한 움큼의 소금으로 절여지는 자반고등어는  물좋은 생선에는 못 들어가도 없는 집 밥상에는 그것과 상관없는 먹을거리였다. 이 시에서는 그런  자반고등어가  삶의 복판에서 뒤집히고 자빠진 저 여자의 다른 모습으로 클로즈업 된다. 

세상 물 좋은  하고 많은 생선 중에서 자린고비처럼 짜디짠 자반고등어를 즐기셨던  아버지의 삶이집안에 아픈 환자를 두고 생계를 책임지고 생활전선에  내던져진  저 여자 속은 어쩌면 숯검정처럼 까맣게 타않았을까. ​

 '자반고등어'라는 말은 이 시처럼 여전히, 왠지 불편하고 옹색하고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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