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서둘러 산뽀를 했다. 비 소식이 있어서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 같다.하루게 다르게 짙어지는 숲의 시간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을 무색케 할 만큼 빠르게 흐른다. 삭막한 산 능선에 핀 진달래꽃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숲은 벌써 그늘을 드리우고 초여름의 풀내를 폴폴 풍긴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산으로 뽀짝 다가가 듯 마음을 풀어놓고 싶은 순간에는 시집을 펼친다.시는 밖에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더니그런지도 모르겠다.
시 한 편 읽는데 들이는 시간, 그 안에서 누군가의 삶을 짐작해 보는 일은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시는 내 삶과는 무관하지 싶다가도시가 주는 여운이 거울처럼 나를 맑힐 때그 안에 더불어 내 삶도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한다.
울라브 하우게. 그는 어려서 형제들의 죽음을 직면하고 정신병에 시달려 왔고 그런 그에게 책과 시는 묵묵한 친구가 돼 주었다. 책과 시가 없었다면 시인에게 삶과 문학은 별게의 세계로 치부됐을 것이다.
평생을 정원사로 일했고 독학으로 여러 언어를 익혀 시를 쓰고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드러냈던 올라브 하우게. 그의 시는 보통의 삶에 깃든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 따뜻하고 다정하다.
눈 오는 날 저녁 정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나뭇 가지의 눈을 털어 주거나 수확기 과일 나무를 바라보며 삶과 노동을 얘기하는 성실한 평화주의자.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이렇듯 그는 거창한 삶의 목표보다 순간의 작은 진실에 무게를 두는 시인이다. 생전에 정원사로 살았듯 어쩌면 사후에도 저 세상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이런 시를 쓰고 있지 않을까.
문득 삶의 모든 것이 길이고 그곳에 노동이 있다고 한 페르난도 페소아의 말을 하우게의 시에 놓아두며 그날이 그날인 것 같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감사하며 끝으로 책 뒷표지에 실린 시인 로버트 블라이의 말을 옮겨 놓는다
"하우게는 줄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작은 스푼으로 마치 간호사가 약을 주듯 먹여 준다. 그는 옛날 방식으로 죽었다. 어떤 병증도 없었다. 단지 열흘 동안 먹지 않았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 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