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욱이 한국이 아닌 필리핀이라 의료시설을 믿을 수 없어, 우리 내외도 더 조심하고 혈기 왕성한 아들을 감시하느라 우리 모두 신경이 날카로웠다.내가 면역이 약해 사흘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 탓이기도 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감기라니 아이러니하다. 가족이라고야 달랑 셋이지만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서로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뭘 하는지 노트북만 끼고 사는 아들이 웬일로 아침 일찍? 9시쯤에 일어나 날 부른다.
"Mommy."
" 오, 아덜...웬 일이야? 이렇게 일찍..?"
"나 군대 갈래."
"어........."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군대라니..
이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이라고는 방안 노트북 앞에서 보낸 것이 전부인 천둥벌거숭이다. 세상도 모르고 암 껏도 모른다.
딴에는 인터넷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하는 것 같았지만, 그거야 고등학교 때도 하던 일이라 사회생활이라 볼 수도 없고.
"Mama!!!!"
대답을 안 하니 아들의 새된 목소리가 내 생각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 군대 가고 싶다고, ㅇㅇ도 간다는데 나도 갈래."
무슨 옆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말하네..
아들이 하고 싶다는 일에 딱히 반대를 해 본 적이 없는 우리 내외는 심각해졌다.
일손은 바쁘고. 머릿속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잠깐만."했다.
팬더믹이 시작되고 벌이가 없는 우리 가족이 시작한 것은 한국 집밥이었다. 한류 덕분인지 가게 없이 집에서 만들어 배달하는 일이 제법 괜찮아, 생활비는 근근이 벌고 있었다.
미리 예약되어 있는 음식들을 만들면서 계속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클어져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오전 장사가 끝났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배달을 끝으로 설거지를 마치고 잠깐 식탁에 앉으니 벌써 1시가 다 되어간다.
일어나면 두세 시간은 지나야 음식이 생각나는 아들이니 점심을 처려줘야겠다. 아들은 탄수화물은 조금만 먹고 야채와 단백질 위주로 밥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