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병원에 정기검진을 다녀온 후 마음먹고 도서관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방송대 과제를 하고 있는데 출판사 단톡방 알림이 울렸다. 얼마 만인가? 얼마 전 남은 책을 소각한다는 편집장님의 개인 카톡 이후 출판사 단톡방 알림은 시간이 꽤 흘렀다. ‘어? 이 방이 아직 있었네?’ 카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지나간 카톡 내용도 훑었다. 추억 속의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그대로 남았다. 당시의 긴장감과 설렘이 떠올라 눈시울도 붉어졌다.
제 작년 그러니까 22년 6월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눈도 잘 내리지 않는 울산의 어느 겨울날. 호스피스 요양병원에서 몇 년 만에 내린 눈을 창밖으로 지켜보던 아버지는 갑자기 떠나셨다. 21년 당시 코로나 시기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아버지는 집에 한번 가고 싶다는 말만 남기셨다. 그리고 6개월 후 나는 펜을 들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냥 그렇게 잊히는 게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가 모두 상이했고 그동안 아버지를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도 컸기에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썼다. 물론 책 출간이 쉽지는 않았다. 글쓰기 과정은 6개월,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는 거니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퇴고 과정이 3개월, 출판사 투고와 추가 퇴고 과정이 3개월. 그렇게 1년이 걸렸다.
카톡 내용은 출판총괄 담당자가 23년도 전자책 인세 지급에 관한 내용이었다. 종이책은 100부 판매를 기준으로 정산하기로 해 아직 받지 못했다. 전자책은 종이책이 나온 후 1년 뒤에 나왔지만 매년 정산해 수입금을 지불한다고 했다. 이전에는 종이책이 진정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전자책도 무시 못하겠다. 이런 줄 알았으면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출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출판사 관할이겠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말이다. 책 출간 후 거의 2년여 만에 받는 첫 인세. 평소 작가들의 카톡 단톡방에 책 출간 소식과 인세를 받았다는 소식, 판매가 좋아 몇 번씩 인쇄를 추가 발행하는 작가들을 보면 정말 부러웠다. 자연이 위축되고 당당히 축하받지 못하는 내 책에 자존감도 떨어졌던 것 같다. 출간 후 슬럼프로 우울증도 앓았었다. 책의 무게만큼 회복 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은 기쁘다. 인세를 받으니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야 인정받는 느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출간 후 긴 시간이 지났으니 다른 이들에게는 생뚱맞을 것 같다. ‘그래도 남편밖에 없네!’ 문득 책이 나왔을 때 남편의 관심 없는 태도가 떠올라 망설이긴 했지만 미우나 고우나 가족이다.
“남편아, 나 오늘 책 출간 인세 들어온다. 내가 쏜다. 뭐 묵고 싶노?”
남편은 금액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기분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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