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혼자 있는 집은 고요했다. 물론 강아지도 없고 오로지 혼자 있으면 참 좋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게 미소를 주니 존중한다. 유아 교사를 관두고 별로 미소 지을 일이 없는데 그나마 강아지가 있으니 틈틈이 이런저런 말동무가 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노트북 타이핑을 하며 여유 있게 움직였다. 오전 9시쯤 허리도 펼 겸 강아지 산책을 위해 준비하는데 카톡이 울렸다. 한 번이 아닌 두세 번. ‘뭐지? 아침부터?’ 직장도 다니지 않으니 나를 찾을 곳은 없었다. 산책 채비가 끝나고 카톡을 확인했다. 지난 금요일 책강대학에서 줌 강연을 하신 편집장님이었다. 편집장님의 연락처는 분위기 좋은 강연 흐름에 따라 그날 끝까지 남은 사람들의 부탁으로 특별히 오픈해 주셨다. 현재 내가 쓰고 싶은 원고의 주제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드라마, 오락문화프로그램에 취미가 없는 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소식도 좋을 것 같아 혹시나 해서 저장해 두었다. 그리고 바로 개인톡으로 인사를 남겼다. 이후 이틀 만에 받는 메시지. 메시지 내용은 글쓰기 지인들과 함께하는 소모임이 있는데 올린 글로 서로 피드백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너무나 좋았다. 요즘 꾸준히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내 글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만 있으니 사실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역에 있는 독서그룹이나 소모임에 가입하자니 여기저기 널브려만 놓고 제대로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책강대학의 백일백장을 시작하며 동생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가끔 내 글을 읽고 평을 해달라고 부탁하기는 했으나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기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래! 마음먹었으면 시작하는 거고, 그래야 또 다른 기회를 얻는구나!’
어렴풋이 예전에 책강대학 사무실에 무작정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기획자의 책 생각]을 읽었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 전화를 걸었었다. 그리고 3개월 후 계획도 없이 서울 서초 사무실을 찾아 연구생 계약을 했다.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썼고 출간도 했다. 만일 망설이고만 있었다면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했을 거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잘한 행동이라 생각된다. 한창 코로나시기 서울까지 왜 가냐고 말린 지인들의 의견을 들었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을 것이다.
기쁜 마음을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지만 다들 공감대가 다르고 아직 결과가 없으니 섣불리 말도 못 하겠다. 마침 어제 낚시 간 남편이 들어왔다.
“오빠! 나 글 쓰는 모임에 들어가기로 했어. 오늘 오티로 줌미팅 하는데 저녁 9시까지는 들어올 수 있겠지?”
“야! 팔자 좋네. 한가하네. 저리 가라! 나 나가기 전까지 잘 거다! 돈 드는 거면 때려치아라.”
그럼 그렇지. 좋은 말 할 일이 없지. 밤새 낚시하고 잠을 못 잔 남편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시댁과 저녁을 먹기로 한 시간은 5시 30분, 아직 2시간 정도가 남았다.
‘그래! 고맙다. 남편아 글 쓸만한 주제 거리를 쉬지 않고 줘서’
안방에서 들려오는 미디어 소리를 뒤로하고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책상 앞에 앉아 멈춘 글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다시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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