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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Apr 05. 2024

100-33 행복한 부모?

아침 신문을 훑으며 ‘당신은 아이를 낳아 행복하십니까’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퓨리서치의 미국 부모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 대다수가 ‘육아가 즐겁고 보람차다’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내 자녀에게는 아이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라고 구글에서 검색한 건수는 ‘아이 갖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보다 35배 많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그들이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고 해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자녀에게 건네는 솔직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조언은 “너는 애 낳지 마라.”라고 했다. ‘아이를 낳아서 정말 행복한 부모가 있을까?’ 순간마다 예기치 못한 행복감은 경험해도 그 행복이 지속되지는 않을 거다. 아이가 있다고 늘 즐거운 건 아니니까. 예부터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시집, 장가보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 보내도 사니 못 사니 할까 봐 걱정이다”라고.     


나는 35살에 결혼했다. 물론 이전에 연애도 했지만 결혼하자고 하면 이상하게 싫었다. 그냥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둘 것 같아 거부반응부터 있었다.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하고 싶은 것들을 배우며 내 생활에 만족했다. 이런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자기애가 강하다고 핀잔을 주는 지인도 있었다. 그렇게 내겐 결혼이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지인들의 모임에서 솔로 남녀로 지목되며 지금의 남편과 인연이 되었다. 결혼도 5개월 만에 했으니 애틋하거나 닭살스런 사랑 표현도 없었다. ‘그냥 나이가 찼으니 하는 건가?’ 했다. 친정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남편을 처음 인사시킨 날, “결혼 생각 있으면 연애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데리고 가라! 얼른!”이라고 해 남편은 내가 돌싱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동안 뜨거웠던 연애도 거절하며 결혼을 회피했던 나는 이런 생각도 했다. ‘결혼도 인연이 있다더니 별 느낌 없이 이렇게 하는 건가 보다’라고.     


그렇다면 ‘아이를 낳고 행복했을까?’ 아이를 키우기 위해 경력이 단절되고, 남편에게는 집에서 놀고먹는 여편네 취급받으면서 나는 우울증을 앓았다. 행복함을 얻으려면 그만큼 고통도 감내해야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결혼 생활 10년이 지나면서 나는 결심한 게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요즘 저출산과 고령화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긴 하나 글쎄, 내가 희생되고 싶지는 않다.

아이 대신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도 많다. 지난번 강형욱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젊은 여자 두 분이 앞 좌석을 사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퀴즈마다 반려용 선물을 받겠다고 아주 적극적인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치 맘카페 엄마들의 극성처럼. 그 둘은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지 자식처럼 첫째 둘째 이름을 불러가며 지낸 일을 나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인구가 소멸 돼 나라가 없어져서 걱정일까?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다들 이민 가기 바쁜데 굳이 남은 사람이 이 나라를 지켜야 하나? 이미 다문화 된 사회로 단일 민족이 아닌데 누구를 위한다는 건가. 우리도 미국처럼 여러 인종이 살면서 그렇게 한 국가가 다시 만들어지는 거지.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살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게 핵심일 거다. 멀리 있는 핏줄보다 이웃이 사촌인 것처럼 말이다.     


출처- 한애란 경제부기자 동아일보 2024.04.03 [당신은 아이를 낳아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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