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면서 적당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생활에 활력을 준다고 했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되듯이.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짜증과 불만이 쌓이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시절, 나는 우울증을 앓았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남편과의 소통 부재와 독박육아로 매일 체력은 저하되었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렇게 3년을 버텼고 아이가 4살이 되던 해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터졌다. 우연히 남편의 탄로 난 거짓말과 당당한 행동에 갑자기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내겐 큰 배신감이었던 것 같다. 잠자는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죽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엄마이기에, 아이를 책임져야 하므로 신경과를 찾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 물론 보통의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지만 내겐 사고의 전환과 함께 큰 힘을 가지게 했다.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려 했지만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말에 3개월간 약을 복용했고 이후 직장을 다니며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보통 나는 주변에서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일어난 결과에 대해 후회보단 대책을 먼저 찾는 편이었고 내 잘못도 잘 수용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일에 적극적이어서 항상 즐겁게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우울증을 앓으며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 보았다.
아이가 8살이 될 무렵,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나는 다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가족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이었을까? 또다시 우울증을 앓았다. 이전의 증상과 달랐기에 처음엔 번 아웃인가 했었다. 그러나 직장생활과는 무관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었다. 그렇게 또 한 달, 나는 약을 먹었다.
‘나는 왜 우울증을 두 번이나 앓아야 했을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약한 부분을 감추고 포장하기만 바빠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다. 도전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것만 추구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쫓겨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했던 거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치니 나의 감춰둔 상처가 그대로 터진 것.
한편 우울증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기회를 가진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다.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 하지만 아직은 사회적 시선이 개방적이진 않기에 그 당시에는 위축되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부터 추스르며 오로지 아이와 내 삶에 집중했다. 오히려 이제는 우울증을 앓기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아 만족한다. 그것 또한 내 삶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풍파를 맞고 견디며 사는 것도 인생의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한다.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도 삶의 지혜를 가지는 기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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