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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Apr 26. 2024

100-42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

아이의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나도 3월부터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독서교육에 관한 연수를 듣기 시작했었다. 3~4월은 하브루타 독서 연수로, 4~5월은 독서지원단 교육연수가 시작되었다. 올해 일을 관두고 더 늦기 전 아이 학교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학부모 교육을 듣기 시작한 나. 틈틈이 방송대 출석 수업도 참석하고 강의와 과제도 해야 하니 쉬어도 바쁘기만 했다. 가끔 남편은 놀면서 뭐가 바쁘냐며 돈 안 되는 거 하면서 돈 쓰러 다닌다고 핀잔도 하지만 어차피 언어습관이 나쁜 사람이라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무시하고 살았다.     

드디어 오늘은 먼저 끝난 연수의 하브루타 수업을 위해 초등학교에 가는 날이다. 일단 초등학교의 시스템을 모르니 첫 수업은 참관수업을 신청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을 기다리며 교사연구실에 앉아 있다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특별수업 강사로 오는 선생님이 교장선생님 주차 자리를 무시하고 그 자리에 주차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두 번이 아니어서 학교 관리원도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절대 차를 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며칠 후 주차 라인에 빨간색 표시까지 하며 교장선생님의 자리라 알렸지만 여전히 주차하는 그분. 따라서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된 모양이었다. 이야기가 절정에 들어서더니 한 선생님이 대뜸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역시, 아이를 낳아야 무시를 받지 않는다니까요!”

생각이 어떻게 그렇게 흘렀을까? 신혼인 듯한 선생님은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를 어필하기 시작했고 대화하던 선생님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문득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또한 한국의 아줌마를 다르게 봤다. 20대 시절, 아줌마들은 버스가 마치 택시인 양 억척같이 버스를 잡았고 내릴 때는 본인의 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부산스럽게 내렸다. 어디에 가더라도 따지고 떼쓰는 사람들은 모두 아줌마들이었다. 같은 여자지만 정말 부끄러웠고 이해가 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며 피하기만 했었다. 그리고 유아 교사 일을 하며 엄마들을 상담할 때 그 이중성에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30대 중반, 나는 결혼 생활을 하며 아줌마가 왜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한국의 아줌마는 세계의 어떤 여자들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아줌마란 집단에 소속됨을 자랑스럽게 느낀다. 한국의 아줌마는 무한한 인내와 집념, 헌신을 바탕으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댁의 신조어까지 생긴 시월드와 남편, 아이를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품 안에 받아들이며 가정을 지키기 위한 그 신념은 비록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지만 넓게 보면 세계를 품에 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아줌마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세대 간 소통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며 기존 관점의 불일치가 많았는데 오늘 또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된 것 같다.      



#결혼#아이#남편#시월드#아줌마#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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