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인 우리 신랑은 총각 때부터 여름이면 고무신을 즐겨 신었다.
여느 신발보다 편하다며 여름만 되면 꺼내어 신는다. 색깔별로 갖추고 있고 여름 내내 애용한다.
나도 한 번씩 신어보는데 사이즈가 크니 질질 끌리긴 하지만 편하다.
하얀색 고무신이 유독 부드러웠다.
"이건 뭔가 다른데?"
"이 회사 물건이 그렇다. 또 사고 싶은데, 다 떨어져 간다. 성주 가면 사 올래?"
오늘 때마침 성주에 갈 일이 있었다.
아가씨 때 함께 일했던 간호사들의 모임이 있어 성주로 가야 했다.
"성주 가니까 사 올게"
왠지 들뜬 신랑의 목소리에 꼭 사오리라 되뇌고 되뇌었다.
1시간 30분을 달려 성주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그 고무신을 샀다던 곳으로 향했다. 오래전에 샀던 곳이라 가게가 아직까지 있을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서둘러 가보았다.
보인다. 아직있다. 들뜬 마음으로 신발가게에 들어갔다.
"ㅇㅇ화학 고무신 있어요?"
"몇 문이고?"
"265요"
잘 안 들리시는 것 같아 고함을 지르며 같은 대화를 3번씩이나 했다.
몇 문이고?를 알아듣는 나 자신이 웃겨 속으로 키득거렸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와 빨래를 개키고 나서, 도서관임원회의를 위해나갔다가 9시가 넘어서야 신랑과 마주했다.
"너무 비싸다. 8000원? 내 살 때는 3500원이었는데"
"여보시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자꾸 옛날얘기 하시겠어요?"
알뜰한 신랑은 배로 띈 가격에 심히 속상해했다.
속상함도 잠시, 고무신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왜? 자랑하게?"
"응. 새 신 생겼다고 자랑해야지."
사진을 찍더니 박스 안에 고스란히 다시 담아 베개옆에 조심히 내려놓는다.
"뭐 해?"
"새 신은 원래 요롷게 머리맡에 두고 자는 거야."
내 입꼬리가 양쪽으로 힘껏 솟아올랐다.
엉뚱하면서 귀여운 행동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늘 모임에는 내 결혼식 이후로 처음 보는 언니도 있었고, 4년여 만에 보는 동생도 있었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도 감사했지만 신랑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줬다는 사실에 더 감사했다.
2일차 그림 - 고무신
성주에 무사히 다녀온 것도, 예전에 같이 일했던 언니가 근무 중인 병원에 다녀온 것도, 꿈을 키우며 일했던 나의 첫 근무지 병원에 다녀온 것도, 거기에 고무신까지 구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 일인가.
오늘은 감사가 여기저기 참 많이도 놓여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지금, 감사로 충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