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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04. 2024

너의 첫인상, 미안하지만 명란젓 같았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취업제안이 왔다. 잴 것 없이 바로 취직을 하겠다고 했다. 입원실과 수술실이 있던 작은 도시의 외과의원이었다.
배우는 입장이었기에 수술실이 있다는 건 호기심과 기대감을 주기에 최고였다.





처음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어찌나 두근거리든지 내 심장소리가 혹시나 새어나갈까 봐 눈치를 볼 정도였다. 벽에 딱 붙어 수술을 관전했다. 내가 수술실을 오염시키면 않됐기에 최대한 벽에 밀착해 있었다.

모든 의료진(원장님, 사무장님, 실장님, 간호사)이 드라마에서 보던 초록색 수술복을 똑같이 입고 있었고,  오염(contamination)이 안되게 조심, 또 조심을 하셨다.
손을 배밑으로 내리면 오염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리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첫 수술 관전은 맹장수술이었다.
외과였기 때문에 맹장수술이 적지 않았다.
마취과선생님을 대구에서 모셔왔고 마취가 시작되면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실이라고 하면 적막하고 무서울 것 같았는데 긴장완화를 위해 노래도 틀어주시고 창가에 있던 수술실이라 환한 편이었다.
노래 때문이었을까? 수술이 그리 무섭지 않게 느껴졌고 수술이 모두 끝난 뒤, 떼어낸 맹장을 볼 수 있었다.
'헉, 이게 맹장이구나. 이렇게 생겼구나.'
염증이 가득 달린 맹장은 상한 명란젓 같았다. 흐물 해진 명란젓에 염증들이 엉켜 붙어있는 느낌, 그대로였다.
신기한 마음에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라며 수간호사 언니가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수간호사언니의 말씀처럼 맹장수술은 종종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짧은 지식으로 충수염은 머리카락, 이물질 때문에 생기는 거라며, 흙 집어먹고 노는 아이들이나 걸리는 병으로 오해했었다. 그런 경우도 간혹 있다지만 충수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충수돌기 개구부가 폐쇄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맹장염을 잘못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정확한 명칭은 충수돌기염(충수염)이 맞다.
맹장에 달려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긴 것을 충수염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맹장수술이라고 하면 모두 알아듣는 편이다.
우리에게도 충수염보단 맹장염이 더 익숙한 건 사실이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충수염인지 알 수 있을까? 지금껏 지켜봐 온 바로는 다양한 증상이 있었다.
일단 우하복부의 통증이 있고 눌렀을 때 압통이 있으며, 눌렀다 떼었을 때 반발압통이 있으면 의심해야 된다. 그 밖에도 소화불량, 구토,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분도 계셨고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도 보았다. 설사, 변비도 동반된다면 더 의심스러워진다.


장염, 골반염 등등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어서 참 어려운 병 같다.
병이지만 예방책은 따로 없다고 하셨다.


복통이 일어나면 의심에서도 재껴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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