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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13. 2024

감기가 아니라니

시도 때도 없이 기침을 했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기침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자면서도 기침을 해댔다.
곁에 있던 가족들이 걱정할 정도로, 가끔씩 건네는 걱정 섞인 짜증도 이해됐지만 나는 누구보다 힘들었다. 괴로웠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기침이 너무 심해 요실금증상까지 생겨 팬티라이너가 필요할 정도였다.
삶의 질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꿋꿋하게 감기라고만 생각했다.
치료를 받을 때만큼은 조금씩 호전되는 것 같아 멈출 수가 없었다. 약을 끊으면 더 심해지는 듯해 약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약 1여 년을 기침과 함께했다.
병원을 옮겨가며 진료를 받았지만 주야장천 감기치료만 했다.
낫겠거니 했다. 의사 선생님만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했다. 모든 환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병원에 근무하며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침을 오래 했고, 목이 따갑다, 가래 같은 것이 목에 걸려 계속 헛기침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종종 신물이 올라온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신물이 올라오진 않았다.
그런 이유로 역류성식도염은 아닐 거라 단정 지었다.
내증상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큰소리쳤다. 코가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증후군인 것 같다며 엉터리 진단을 내렸고 비염끼가 있고 기침, 가래가 있다며 감기를 주장했고 감기 치료만 받고 다녔다.
그냥 답정너였다. 내가 감기라고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 당시는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했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바보 같다.






지금 일하는 병원에서 원장님의 진료를 받았다.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침으로 오래 고생했고, 가래 같은 것도 아침에 특히 많이 배출된다고 말씀드렸다. 기침치료를 오래 받았지만 낫질 않는다며 징징거렸다.
신물 같은 건 올라오지 않냐고 물으셨고 그런 증상은 없다고 말씀드렸다.
"역류성 식도염 같은데, 약 한번 먹어봐."
"네"
주먹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역류성 식도염? 내가? 감기가 아니라고?'
감기라고, 비염 때문 일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아니라니,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처방이 내려졌고 시간을 맞춰가며 약을 열심히 챙겨 먹었다. 기침이 지긋지긋한 상태였기에 이번 처방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라 여겼다.
3일쯤 지났을까? 기침이 현저히 줄었음을 실감했다.

재진료를 보며 말씀드렸다.
"원장님~신기하게도 기침이 많이 줄었어요.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원장님은 그럴 줄 알았다며 웃으셨고 약을 더 처방해 주시며 잘 챙겨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2주 정도를 달아서 치료했고,
그 후로 2년 넘게 건강히 지내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으면 생목이 올라와 목이 따갑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가래 같은 게 껴서 헛기침을 한다는 것도, 기침을 끊임없이 한다는 것도 역류성식도염의 증상이란 건 전혀 알지 못했다.
위가 쓰린 증상, 구취, 소화불량, 가슴에 화끈거리는 통증등 역류성 식도염 증상은 일절 없어서 의심도 안 했다.
어이가 없었다. 상상도 못 했던 진단에 말문이 막혔다.
이후로 내 습관들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커피, 맵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줄여나갔고 기름진 음식과 과음은 위와 식도 사이 괄약근을 느슨하게 한다고 해 좋아하는 고기도 2번 먹을걸 1번으로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식도염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식후산책과 걷기 운동을 꾸준히 했다. 요즘도 별일이 없으면 저녁식사 후 가족들과 걷기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야식은 식도염에 쥐약이라고 한다. 취침 3시간 전에는 음식을 피하시는 것이 좋다고 하니 야식은 끊는 게 옳을 듯하다.
또 한 가지, 체질량지수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면 적절한 체중감량도 식도염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야식을 먹은 적이 없는데 왜 식도염에 걸렸던 걸까? 의문스러웠는데 살이 찐 게 내 식도염의 원인인가 하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2년 전 10킬로 그램을 감량했다가 직장을 잠시 쉬며 감량했던 몸무게를 다시 채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비만은 많은 질병을 야기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이미 식도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조절하시고 식도, 위 기능이 정상화될 때까지 2~4주 이상 꾸준히 약물 치료를 마치시는 것을 권해드린다.

기침이 난다고 감기라고만 단정 짓지 마시고 기침이 낫지 않을 때는 식도염도 의심해 보시길 바란다.
나처럼 고생하시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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