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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24. 2024

삼다(三多) 증상이 나타난다면

'당뇨발?'

처음 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당뇨발'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당뇨병성 족부병변'이라고 부르는 당뇨발을 처음 목격했을 때, 가히 충격적이었다.


늘 목발을 짚고 오셨던 아버님이 있었다. 왜소한 체구에 눈이 컸던 분이라 아직까지 인상 깊게 남아있다. 아버님의  새끼발가락 옆부분을 보았는데 썩어있었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은 표현이라고 할 만큼 새카맣게 변해있었고 100원짜리 동전만큼 크게 움푹 파여있었으며, 누런 고름도 끼어있었다.

이런 궤양은 크기와 위치에 따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당뇨라는 병이 무시무시한 병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신경과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작은 외상으로도 신경이 서서히 파괴되고 혈관이 막히게 되면서 발이 잘 썩게 된다.

이를 당뇨발이라고 하는데 당뇨합병증 중 하나다.

당뇨는 당뇨수치가 높은 것도 걱정이지만 더 무서운 건 합병증이다.


합병증 이야기를 하니 아찔한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아마 가족이 그 병을 앓고 있다면 누구보다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내 아버지도 당뇨병을 앓고 계신데 초기에는 증상을 전혀 모르셨다.

갈증을 많이 느끼셨고, 허리가 40인치였던 우람한 체구를 가진 아버지는 단기간에 앙상해지셨다.

결국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는 급성합병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으셨다. 피가 전부 산성을 띄고 있다며 응급상황이라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었다. 당뇨를 체크했더니 기계가 가늠할 수 없는 수치 "HI"가 나왔다. 이대로 두면 혼수상태, 심하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10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지만 다시 떠올려도 아찔하기만 하다.





당뇨는 침묵의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방치할 경우 합병증을 동반하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사망원인 6위에 해당될 정도로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당뇨병이란 혈중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 못하는 질환으로,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그 기능을 못하는 대사질환이다.

보통 비만과 고칼로리 식생활,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 호르몬이상으로 발병되는데 유전적인 요인도 한몫한다.


당뇨병은 별 다른 증상 없이 찾아오기에 소변량이 과다하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 입이 말라 물을 자주 찾게 되는 경우, 과식하는 습관이 생긴 경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삼다(三多)라고 칭한다.>


당뇨가 무서운 건 합병증 때문인데 눈, 피부, 위장, 콩팥, 발, 다리, 생식기, 뇌/심혈관 등 혈액이 지나가는 혈관이 있는 그 어떤 부위라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많은 합병증이 발생하는 눈과 신장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지혈, 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더더욱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공복혈당은 100mg/dL이하, 식후 2시간 혈당이 140mg/dL 이하면 된다.


다행인 것은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아왔어도 철저하게 관리하면 합병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니 평소 당뇨병에 좋은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다.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도 있으니 2년마다 주어지는 건강검진을 챙기신다면 질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법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완치는 불가하다. 때문에 초기에 철저히 관리해야만 당뇨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셨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스트레스해소에 힘쓴다면 어느 병에서든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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