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은 왠지 모를 복잡 미묘한 기분이다. 머릿속은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어지럽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어르신예방접종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루에 100명까지 등록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오시는 분들은 2~3배가 넘는다. 녹초가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겁이 난다. 일부러 일찍 취침에 들어갔지만 평소와 컨디션이 별다를 게 없다. 그저 나쁘지 않은 걸 감사하게 된다.
어젯밤, 지인의 브런치글을 읽었다. 내 자기 계발을 챙기느라 엄마노릇을 못하는 거 같다는 말에 왜 그렇게 비수가 꽂히는지, 남일 같지 않았다. 일한다는 핑계로 반찬도 적게 만들고 맛있는 간식도 안 만들어줬다. 빨랫감을 늦게 내놓으면 잔소리폭탄을 던지기도 하고, 어린 시절 나와 아이들을 비교해 가며 질타했다. '나는 안 그랬는데 얘들은 왜 이러는 거지?' 결론은 내가 잘못 키운 거라는 따가운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부족함은 모두가 내 탓만 같다. 머리가 굵어질 대로 굵어진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빚어갈 수 있을까? 요즘 나에게 최대의 난제다. 신랑도 비공식상 백수? 가 됐다. 장비업을 하고 있는데 한 현장일이 끝이 났고 다음 현장에 가기 위해 대기 중이다. 일대로 측정해 월급을 받기 때문에 공백은 그리 달갑지 않다.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신경은 쓰인다. 이 밖에도 여러 일들이 있지만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듯 하나씩 천천히 해내고 있다.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글을 쓰며 정리정돈이 되는 것 같다. 이래서 글을 쓰는 건가?
어지러운 현실이지만 숨 쉴 구멍이 하나 있다. 바로 내일, 글로 맺어진 인연들과 만난다. 전국 각지에 떨어져 살지만 마음이 통하는 여인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대전까지 가는 기분도 즐겁고, 얼굴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콩닥콩닥 거린다. 글로 인연을 맺다 보니 그녀들의 과거, 현실을 알고 있고 마치 오래된 인연처럼 친근하다. 그날이 내일이라서 힘을 더 내게 된다. 그 생각에 젖다 보니 우중충했던 기분이 급 좋아진다. 비타민을 먹은듯한 기운이 솟구치고 오늘을 견딜 힘이 생겨난다. 그래,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