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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실험하기로 했다

감사 1일 차

by 박현주
감사도 습관이다. 감사하다 보면 감사할 일이 생긴다.

왜 그랬을까?

이 글귀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슝 날아와 내 가슴에 꽂혔다. 어찌 보면 지금, 감사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4월에는 큰 행사 2개가 준비되어 있고, 출간하고 나면 조금 후련해질까 했던 일들이 오해였다는 듯 하나, 둘 나를 옥죄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다닐 만큼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이젠 끝인 줄 알았는데, 모두 다 내 착각이었다. 홍보부터 신경 쓸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 줄 착각하고 44년을 살았는데 아니었다. 감기와 장염이 거머리처럼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더니 결국엔 눈도 고장 나버렸다. 흰 눈동자가 빨갛게 터져버려 토끼눈처럼 되어버렸다. 생리날짜도 규칙적이었는데 그마저 어긋나 버렸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런데 어찌 감사를 하란 말인가? 모임에서 하는 감사일기 쓰기도 진정한 감사가 우러나지 않으니 쓰다 말다를 반복하기 일쑤였고, 내 삶에서도 감사가 사라짐을 느끼던 찰나였다. 저 글귀가 회초리처럼 아주 따끔했다.

'감사하다 보면 감사할 일이 생긴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실험한 번 해 볼까?'

오늘부터 매일, 감사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할 일이 눈앞에 가득 쌓여있지만, 그래서 오늘 밤을 꼬박 새워야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바람에 덜컹 거리는 창문소리가 거슬리긴 하지만 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그 덕에 브런치 글 한편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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