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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은 동반자

by 박현주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번의 고배를 마시고 3번째 도전장을 던진 후 받은 메일 한 통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나 이제 진짜 작가가 된 거야?'

브런치는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선물해 줬다.

여느 사람은 작가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줬고, 또 다른 누구는 무진장 부러워했다. 몇몇 분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간혹 브런치가 무언지 모르는 분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손에 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출간작가는 아니었지만 조금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오버스럽지만 브런치작가가 되고 나서 명함도 새로 맞췄다. 글 쓰는 사람으로, 작가답게 살고 싶은 작은 포부도 조금은 담고 싶었다. 명함을 내밀 때 '브런치작가'라는 타이틀이 보이면 나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럽기도 했고 그것을 보신 분들은 누가 먼 저라 할 것 없이 대단하다고 칭송해 주셨다. 그때의 쾌감이란, 시원하게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차가운 수박한입 베어 물은 달콤함 보다 더 강렬했다.

이제는 브런치작가가 됐으니 글을 써야 했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가'를 떠 올리다 좋아하는 바느질 이야기를 써 내려갔는데 얼마뒤, 출간제의가 왔다.

출간이라니, 그 당시 겁이 나 덤비지는 못했지만 브런치에 꾸준히 글만 쓴다면 출간작가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쓰기 챌린지를 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를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했고 37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왔다. 경험은 버릴 게 없다더니 글 쓰던 시간조차 버릴 게 없었다. 켜켜이 쌓인 그 시간이 내 글쓰기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어주었고 브런치작가가 된 지 1년 6개월 뒤, 나는 에세이 출간작가가 되었다. 내가 바라고 꿈꾸던 '진짜 작가'가 된 것이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나는 이 모든 결과가 브런치 덕분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출간을 하고 나서 "책을 안 낸 사람은 있어도 한 권만 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한 번 책을 낸 사람은 반드시 또 다른 책을 집필하거나 출판하게 된다는 의미로 많이 회자된다는데 그 말처럼 나는 또 한 번 브런치의 힘을 빌리려 한다.

며칠 전부터 다시 글감을 모으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글을 차곡차곡 쌓아서 2번째, 3번째 책을 만나고 싶다는 부푼 기대도 가져본다.

브런치는 내 꿈의 발판이자 글쓰기 인생에서 최고의 파트너다.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은 동반자다.

나는 오늘도 동반자와 함께 이렇게 발맞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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