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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엄마 Jul 20. 2021

끌어안는 밤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불이 꺼지고 정적이 찾아들면

너에게는 작은 축제가 열린다.

어둠 속 너의 감각은 개화하고

너는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하루 종일 꽁꽁 감추었던 감정을 토해낸다.


중얼거리고 악을 쓰고 머리를 흔들다가 깔깔 웃어대는 그 모습은 기이하고 안쓰러워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너를 관찰한다.

둥근 눈동자 속에는 폭죽이 터지고 동동 구르는 발끝은 마치 불에 덴 모양새 같다.


나는 종종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며 보고는 한다.

예컨대 외계인의 텔레파시라던지.


우리 별에서는 눈을 맞추는 일은 무례한 일로 여겨질 수 있으니까 대화할 때는 주의하도록.

머리를 흔들거나 손을 펄럭이는 것은 지구인들이 눈을 깜빡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때로 여행을 하다 불시착한 우리 형제들이 지구에서의 삶에 대한 외로움을 불평하고는 해.

글쎄 그들은 더듬이나 텔레파시가 아닌 말로 소통한다지 뭐야. 정말 신기하지 않아?

어머, 밤이 되었구나. 어둠처럼 자극적이며 매혹적인 것이 있을까. 자, 모두 파티 타임이다 나와서 머리 흔들어!


이런 상상에 빠져들다 보면 너를 보고 작은 한숨을 내어쉬게 된다.

타지에 와서 고생이 많구나.


과 마음의 끝이 쉽사리 닿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들의 모양이 다르게 생겨서이겠지.

 우주의 끝에서 포류하는 난파선처럼

오늘도 나는 떠돈다.

그럴 듯한 신호를 잡아 함께 웃어도 보다가

혹은 슬프게 중얼거리는 너를 끌어안으며 애써 네  속을 짐작해 본다.


너의 언어가 내게 쉬이 닿지 않듯

나의 표현도 네 문을 두드릴 뿐이겠지만서도.

잠들기 전 언제나 귀에 속삭이는 딱 한 마디만은 네게 들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랑해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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