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e chai Apr 07. 2024

DEL

나의 첫 일등석 비행(1) - 01.04.2024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나에게는 4년마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로 승진도 4년 차에, 비지니스에서 일등석 승진도 4년 차에.

우리 회사에서의 승진은 다른 회사에 비해서 좀 많이 느리다. 진급 타이밍도 한 몫한다.

내가 이코노미 시절, 내 옆 점프시트 버디였던 일등석 크루들은 대부분 2년 안에 업그레이드를 쭉쭉해서 나름 편안한 직장생활을 하는 듯했다. 

3년을 해도, 4년을 해도 업그레이드는 없을 것 같았고,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중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 업그레이드를 하나둘씩 하였고, 꽉 막혀있던 정체구간을 지나 느리게 느리게 서행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 듯, 나는 그렇게 비지니스로 진급을 하였다.

그게 2019년 11월의 일이었고, 업그레이드 한 지 3개월 후 코로나가 시작되며 나는 집콕 생활을 시작하였다.


4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비행은 늘 만석이였고, 미국 비자가 있는 탓에 한 달에 미국 비행은 두 번씩 하였다. 점차 타이트해지는 나의 비행 스케줄에 나는 번아웃이 왔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미국 뉴왁으로 가는 777 비행기 안, 나는 R4포지션이었다.

중간 4열에 아기 셋, 그들의 부모까지 총 7명이 앉아있었는데, 만석이라 빈자리 없이 그렇게 꽉꽉 껴서 열세 시간을 가는 지친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긴 비행 탓에 지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매번 보는 그 광경에 이미 여행에 대한 로망이나 흥미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업그레이드를 하고 번아웃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때 코로나가 왔던 것이다.

학교 졸업 후 나름 쉬지 않고 일을 계속했고, 특히 승무원 일을 시작하며 불규칙한 생활이 너무 힘들었는데, 비행수당 없는 적은 월급이었지만, 집세 걱정 없는 사옥에서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삶에 루틴이 생긴 것이 나는 너무너무 행복했다.


코로나 시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다시 진급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회사는 코로나로 줄였던 운항하는 비행기 수, 비행 루트, 승무원들을 다시 빠른 속도로 늘렸다.

정리해고 됐던 친구들을 다시 부르고, 신입을 뽑기 시작했다.

한 곳에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우리들도 다시 줄줄이 올라갔다.


3월 말에 나는 일등석 트레이닝을 받았고, 어제 4월 1일 일등석 크루로서 첫 비행을 하였다.

나랑 정말 맞지도 않고, 그렇게 선호하지도 않는 인도 비행, 델리. (생각해 보니 델리 밤비행은 나의 첫 수습 비행이었다..?)

각 섹터가 3시간 안팎인 짧은 비행. 이코노미, 비지니스 때는 온그라운드, 보딩, 크루즈일 때 뭘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3시간 내내 뛰어다녔던 비행이다. 짧은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은 비행이었는데.


비행 전 날, 사무장님에게 메일을 하나 보냈다.

일등석 트레이닝 후, 첫 비행이라고. 미리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평소보다 브리핑 룸에 일찍 들어가 서비스 매뉴얼을 읽으며 사무장님을 기다렸다.

사무장님은 다른 부사무장님들과 먼저 간략하게 비행 브리핑을 하였고 이후에 나에게 오늘 비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주셨다.

비행기 들어가자마자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 보딩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갤리에서 일하는 크루와는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서비스에 관련해서 설명해 주셨다. 일등석이란 캐빈에서 각각의 역할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배웠다.

사실 전 날에 서비스 가이드를 읽었지만, 막막했다고 해야 하나.

사무장님은 어려운 비행이 아닐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응원의 말도 해주셨다.

브리핑을 하며 머릿속은 계속 복잡했고 긴장도 계쏙 됐지만, 그만 걱정하고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Fake it til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긴장이 긴장을 나은 것 같았다. 

트레이닝받은 대로, 비지니스에서 했던 것보다 좀 더 디테일하게 잘하면 되겠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브리핑은 승객들 정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름은 무엇이고,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하며,  좌석은 어디인지, 전 비행에 기록된, 우리가 미리 숙지해야 하는 승객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배워 가는 시간.

브리핑은 그렇게 끝났다.

나중에 보니 비지니스캐빈에 전에 같이 비행한 한국인 크루가 있어서 인사하고 그간 어떻게 지냈나 근황토크를 하다 보니 긴장감이 많이 사라졌다.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