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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작가 Oct 27. 2022

발도르프 학교 면접 보기.

발도르프 학교 보내기. 

그땐 알고 지금은 왜 몰랐을까? 


단순히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2년 만에 둘째 입학을 위해서 발도르프 학교의 원서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새삼스럽게 떠오른 이야기다. 

첫 아이 때는 한 껏 긴장하면서 보던 면접이 둘째가 되니 한결 편해지고 여유로웠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형제 입학이 원칙이기 때문에 아래 형제들은 맘 편히 입학 원서 내고, 면접을 보게 된다)


아이 관찰 교실로 사용된 1학년 교실

둘째 아이를 아이 관찰 교실로 보내고, 부모들은 따로 토론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과 1:1로 면접하기 전, 기다리는 시간 겸 탐색하는 시간 같은 것이었다. 첫 아이 때는 3차 면접이라서 그런지 습식수채화를 그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며 서로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자리였는데, 2차라서 그런지 지원자가 많아서 토론 위주로 진행이 된 것 같다. 다행히 나는 둘째 입학이기에 늘 보던 얼굴들과 서로 안부를 물으며 학교의 이런저런 소식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고, 나름 학교 짠밥 2년 차라 할 얘기도 많은지라 면접에 임하는 편입 가정과 신입 가정에게 이런저런 학교에 대한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들.. 

'시설에 나오세요.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세요.' 라며 다소 뻔한 이야기와 함께 '대안교육을 생각하신 건가요? 발도르프 교육을 생각하신 건가요?'와 같은 나름 철학적인 질문들도 오고 갔다. 


첫 아이 때는 몰랐던 이야기들이다. 

학교에 가면 당연히 학교에서 시키는 건 다 한다고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학교에 들어오는 현실은 달랐다. 끊임없이 주말이면 학교 시설부터 시작해서 부모들 모임까지 코로나 시국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서 밀려오는 스케줄들에 나의 주말은 늘 학교와 학부모들과 함께였다. 


이런 이야기들 이제 이 학교에 오게 될 사람들은 알까? 

그때 '시설 나오세요.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세요'라는 뻔한 말을 들으면서 당연히 해야지 했다가. 들어와서 흠칫 놀라는 경험을 저들도 겪겠구나 싶었다. 그렇다고 그 모임들이 싫진 않을 것이다. 함께 하다 보면 그 모임들이 재미있어지고, 기다리게 된다. 


우리의 부모 면접은 담임과정 영어 선생님, 5학년 담임선생님과 진행되었다. 

아이를 관찰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 부모이기에 발도르프 적인 면보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쉬운 점, 좋은 점 같은 것들을 여쭤보셨다. 

남편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같이 고쳐나가야죠. 지금은 아쉬운 점은 없어요. 다 좋아요"라고 멋진 대답을 해주었다. 나름 2년 차의 짬바에서 나오는 대답이었다. 사실 발도르프 학교를 선택한 것도 남편이 먼저 선택한 것이었다. 이 길에 들어선 이유도 남편의 권유가 더 컸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하는 것들에 대해 늘 열혈 참여자인 남편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괜히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기분 좋게 면접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딸내미를 데리러 갔다. 이미 오빠 때문에 익숙해진 학교 건물과 교실이 이날만큼은 남다르게 다가왔을 터, 잠들 때까지 둘째는 미래 같은 반이 될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그러면서 혹시나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긴장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발도르프 학교는 100% 학부모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학교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오는 학부모들이 70%가 넘는 것 같다. 알고 오더라도 막상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발도르프 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물론 공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안 교육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이겠지만, 공교육의 대안으로 삼는 교육이 아닌 발도르프라는 철학이 확고한 교육이라는 점에서 대안 학교가 아닌 것이다. 이 역시 많은 학부모들이 간과하고 오는 점 중에 하나이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모가 공교육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곳을 선택하여 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겪는 점 하나가, 발도르프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들도 한다. 당연하다. 대안교육을 선택했고, 그중에 단지 발도르프라는 것을 하는 학교에 보낸 것인데, 부모까지 공부해야 해?라고 물을 수 있다. 물론 나도 엄청난 공부를 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무 모르고 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발도르프 철학에 대해서 책 두어 권 정도 읽고 첫 아이의 입학을 준비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것과 현실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니 가서 배워보자라는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모르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아빠들의 경우에는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 몇 개 찾아서 봤어요.' 혹은 '아내가 말해줘서 알고 있어요.'라고 이야기들 한다. 공부한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다. 공부를 하고 와도 직접 겪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데.. 하물며 몇 개 다큐멘터리 보고, 아내에게 들은 내용이 전부인 상태에서.. 이 학교를 오다니.. 쉽지 않겠구나. 괜히 내 걱정이 먼저 앞선다. (막상 나중엔 그 분들이 더 적응을 잘 하고 계신다) 


학교는 친절하지 않다. 그리고 공교육처럼 아주 잘 만들어진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나서 서서 이끌어주지도 않는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학교의 사정을 알 수가 없다. 내가 A라는 것을 학교에 묻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답해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남을 탓할 수가 없다. 왜냐면 이 학교는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고, 문제가 있다면 내가 바꿔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학교, 발도르프 학교는 쉽게 마음먹고 올 수가 없는 곳이다. 


어느 부모들은 학교가 이뻐서, 주변 환경이 좋아 보여서, 혹은 아이가 이 학교에 오니 잘 노는 것 같아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아이의 선택만으로 쉽게 선택할 수는 없는 곳이다. 내가 나를 희생할 준비도 어느 정도 하고 와야 하며, 금전적으로도 큰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은 쉽지 않다. 다니면서도 현실과 다른 철학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이 교육을 왜 내 아이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질문을 해야 한다. 


발도르프 교육을 하고 싶다면, 한 번만! 책 한 권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래도 그 교육이 너무 좋다면 나는 매우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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