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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Jan 02. 2024

박사과정의 새해 맞이

할일 정리하기

언젠가 만다라트를 쓴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는데, 그 만다라트를 계속 바꾸다보니 이제 만다라트의 칸이 모자라게 생겼다. 몇가지 할 일이 더 생겨서이다. 소설 읽고 쓰기, 공부하기, 소논문 초안 짜기 등 일상적으로 하는 것 외에도 하나가 생겼는데 바로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고등학교 2학년 음악시간에 처음 접했다. 그때는 전통 가야금이라서 12현이었고, 현이 너무 단단해서 친구들이나 나나 모두 지문을 대신해 물집이 잡혔던 때가 있었다. 그 뒤로도 지문 인식이 잘 안 될 때면 가야금 탓을 하고는 하는데 (사실은 손에 땀이 많아서 그런 것이겠지만서도) 그 가야금을 다시 잡게 된 거다.


25현은 12현하고 달라서 악보를 전부 연주할 수 있다.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를 가지고 있어서 묵혀두었던 악보, 그리고 최근에 구입하고 싶었는데 망설였던 악보도 모두 살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다. 다만 내 가야금 실력이 문제라면 문제이지만 말이다.


배우는 곳은 영등포, 대여하는 곳은 정릉이라서 돌아오는 주말에는 정릉에 가기로 했다. 가야금이 차 안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고 동반자들을 모시고 갈 예정이다. 혼자서 가야금을 드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측면이 있어서이다.


바로 이 새로운 취미를 준비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평소같으면 그냥 누워서 뭐 해야지, 하다가 종 치는 것 듣고 게임 접속해서 인사를 한 후에 다같이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는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가야금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 선생님까지 모시고 나니, 아무래도 가야금 생각뿐이다. 


나는 영상 매체를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약해지는데, 가야금 연주만큼은 영상으로 찾아서 꼬박꼬박 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그 낮은 음역대에서 나는 소리며 현과 통의 울림이 상당하다.


글을 쓰는 게 취미였던 떄는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의무감이 든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머리를 비울 수 있는, 그리고 죽어라 연습할 수 있는 취미인 가야금을 선택하게 된 게 올해의 행운이라면 행운인 것 같다. 


잘 해보자.


그리고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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