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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Jan 25. 2024

개강 준비

어째서 1월 말인데 개강 준비를 하게 되었는가? 하면 학생회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회 일정이 2월 초부터 있는지라 부랴부랴 이번 학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몇 가지 간단하게 세운 것으로는 공모전 투고 / 보충학점 듣기 / 영어 시험 통과 정도. 간단하게 말했지만 사실 과외 일정도 있어서 아무래도 주7일의 생활을 종강까지 이어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에서야 그간 써왔던 글들을 펴놓고 고치기 시작했다. 쉬면서 글 쓰는 것을 잠시 놓고 책만 읽어서인지 영 신통치 않아진 부분도 있지만 마음에 여유는 확실히 생겼다. 게임에 집착하지도 않고, 이제는 120%가 아니라 80%만 하면서 살아가는 법도 알아가는 중이다. 80%만 하는 것이 '대충'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가는 중이고.


그러면서 놓아주게 된 (사적인) 것이 있는데 바로 나의 오랜 가수이다. 18년(이제는 19년이된)이나 좋아했던 가수를 놓아주면서 주변에 말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부끄러울 수가 없다. 18년 동안 거의 평생을 기약하는 것처럼 살아놓고 바꾸자니 민망한데, 한편으로는 이제는 얼굴을 보이지 않으니 내가 그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는게 미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나 이제 OOO(가수이름)과 이혼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먼 미래에 콘서트를 하게 되면 또 가게 될 거라고, 별거라고 하는 게 맞지 않냐는데 확실히 그렇긴 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해온 추억 덩어리를 그대로 내쫓을 수는 없으니까. 이 말에 엄마가 "내가 절대 너희 아빠와 이혼을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말하며 웃었는데, 비로소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로 조금 더 자란 것 같기도 하다.


버리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별은 사람을 키운다고 하더니 맞는 말 같다. 내가 머리기보다는 등장하지 않음에 따라 버림받은 거나 다름없지만 어쨌든 잠시간의 이별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몇몇 사람들에게만 말했다. 결정적으로 그 가수의 흔적은 우리집 고양이의 이름으로 남아버려서 아마 이혼보다는 확실히 별거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석사 때의 개강 준비는 늘 소논문 쓰기였다. 읽고 쓰고 읽고 쓰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학교 집 학교 집, 그리고 생계를 위한 학원 출근 정도. 그러다가 고장이 났는데, 이번 방학은 쉬엄쉬엄 지내다보니 왜 석사때 고장이 났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진작 이럴걸, 싶다가도 애저녁에 이랬으면 이런 성장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기말 과제로 A4 30장이나 되는 소설을 써냈다. 그것을 오늘 한번 읽고 대강 손보는데 꼬박 4시간이 들었다. 점수 매기느라고 읽었을 교수님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해보면 죄송하기도 하다. 조금 더 잘 써서 낼걸 싶기도 하고.


시간표가 나왔다. 이제 진짜로 학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 졸업까지는 할 생각이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늘어지기도 싫어서 논문 준비도 차차 해야하는데 아직까지 창작과 논문 수준의 갭이 너무 커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POD 책이라도 쓸 때 열심히 썼으면 덜 힘들었을 것을 손 가는 대로 썼다가 지금 남는 것도 없게 되었다. 


창작과 연구의 갭 줄이기. 교수님과 정한 목표.

쉬는 방법을 익혔으니 적용하기. 내가 정한 목표.


학과 참고 도서 미리 읽기. 내가 정한 개강 목표

뭐든 해보이기. 미래의 나와 정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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