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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임경 Feb 06. 2024

몰입하는 연습하기

최근에 싱어게인3을 봤다. 10년만에 주어진 휴식은 거의 싱어게인3과 함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가수 '홍이삭'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는데, 그 블로그에는 싱어게인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복기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마침 사용하는 사이트도 '워드 프레스'라서 낯설지 않아 종종 구경간다.)


며칠 전, 교수님을 뵐 일이 있었다. 무엇을 하면서 지내냐길래, 고민 끝에 솔직하게 답했다. 원래같으면 무엇이라도 성과를 급하게 내서 가져갔었는데 -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 이번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었다. 포장할 기력이 다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교수님은 나에게  "잘 노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라고만 말씀하실 뿐, 앞으로 무엇을 더 해와라, 어떻게 살았다가 와라, 무엇 정도는 했어야 했다 같은 말씀은 전혀 안 하셨다. 알고보니 이런 것들이 모두 나를 재단하고 내 한계를 정하게 하는 것이라 안하셨다고 한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갈 길을 잘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다. 당돌하고, 추진력 있다는 말을 듣지만 사실 그것은 실패가 두려워서 하는 발악에 가깝다. 그 사실을 깨달은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이상하게 경연자들에게 더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냥 겁 많은 나를 TV에 노출 시킨 것 같은 느낌 말이다.


이런 나에게 교수님이 해결책을 주셨다. 다른 일들 - 생계나 여타의 것들 - 은 잠시 내려두고, 글쓰기에 몰입하라는 것이다. 100% 몰입했을 때 내가 어떤지 본다면 앞으로도 알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나니 다시 경연자들이 생각났다. 


싱어게인3의 소수빈 님은 중앙 선데이 인터뷰에서 "차력쇼"라는 표현을 썼다. 그 맥락과는 무관하게, 그냥 나는 내 매 글이 사실상 차력쇼에 내놓아질 정도로 최선을 다 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몰입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나는 싱어게인3의 홍이삭 님의 아이디어를 빌리기로 했다. 그분은 경연마다 후기글을 쓰고 복기했다면, 나는 내 매 글마다의 복기를 하겠다고 말이다.


사실 처음 쓸 때의 의도와 상관없이, 쓰다보면 계속해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공모전에 붙으려면 이런 주제의식이 있어야 하지, 이런 기술을 써야하지, 이런 이론이 적용되어야 하지, 이렇게 써야 평론가들에게서 좋은 평을 듣지 등등. 그러다보면 본질이 점점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에 우체국에 가서 보내는 글은 내 의도와는 확연히 달라 길을 잃은 것이 되어버린다.


신입생 OT에 학생회 임원으로 참여하면서 또 생각해보니, 박사란 결국 여기저기 넓은 범위에서 도움을 받아 하나를 써나가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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