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변속기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다 못해 존재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성능부터 효율까지 자동변속기에 따라잡힌 지 오래며 전동화 바람이 불며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수동변속기 특유의 직결감과 조작감에서 오는 운전 재미는 그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지켜보는 마니아들의 심정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분간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16일 '더 버지'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닷지가 전기차를 위한 가짜 엔진음 생성 장치를 테스트한 데 이어 토요타가 전기차 전용 수동변속기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 수동변속기 시스템
세세한 디테일도 살렸다
토요타가 개발 중인 해당 시스템은 실제 수동변속기가 장착되지는 않지만 H 패턴 변속 레버와 가짜 클러치 페달, RPM 게이지가 적용되고 내연기관과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듯한 감각을 생생하게 재현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실내에는 엔진음을 내는 스피커가 탑재되며 변속 조작이 미숙하면 시동이 꺼지는 척하는 기능까지 재현된다고 한다.
토요타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내용에 따르면 전진 6단, 후진 1단 구성이며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을 밟고 변속 레버를 조작하면 소프트웨어가 기어 단수에 맞는 토크와 출력을 제어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수동 변속 모드로 운행 시 계기판에는 RPM 게이지가 나타나 가상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고 클러치를 붙일 때 페달을 통해 진동을 전달하는 등 디테일한 조작감을 최대한 살릴 것으로 보인다.
작동 방식도 다양할 듯
운전에 진심인 CEO 덕분
가상 변속 시스템인 만큼 일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기어 단수가 없는 오토 모드도 제공되며 클러치 페달 조작이 필요 없는 수동 변속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어 노브를 앞뒤로 움직여 변속하는 시퀸셜 방식 혹은 스티어링 휠에 장착되는 패들 시프터 등 모든 형태의 변속기를 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토요타는 해당 특허에 'Drivers who seek the pleasure of driving MT(수동 변속기의 즐거움을 찾는 운전자)'라는 문장을 작성했는데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즐거움을 주는 기계라는 토요타의 철학을 알 수 있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CEO는 랠리 중계방송에 해설 위원으로 출연한 적 있으며 가명으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 직접 참가하기도 하는 등 자동차 회사 수장 중에서도 열렬한 자동차 마니아로 손꼽힌다.
포드, 지프도 시도했다
업계 반응 살펴보니..
한편 포드는 지난 2019년 개최된 무역 박람회에 6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머스탱 리튬 쇼카를 이벤트성으로 전시한 바 있다. 지프 역시 수동변속기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결합한 랭글러 매그니토 전기 콘셉트카를 2021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완성차 업계의 시도를 두고 "내연기관 엔진의 종말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전기차의 부상에 회의적이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아직 운전 재미와 기계적 감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완성차 업계가 이들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토요타 아키오는 진정한 차쟁이라서 팬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아는 듯", "단순 운전 재미를 떠나 의도적인 소음이 보행자 안전에 도움 될 수 있다"와 같은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