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게 됐다. 자동차의 상품성이 주행 성능 위주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자동차가 ‘감정’을 표현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자업계의 강자’ 소니가 있다.
소니는 지난 2022년 일본 자동차 제조사 혼다와 손잡고 ‘소니혼다모빌리티(SHM)’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전자업체가 자동차?’라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올해 CES 2025를 통해 그 의구심을 단번에 뒤집었다. 바로 소니의 첫 전기차 ‘아필라 1’을 공개한 것.
‘아필라 1’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다. 소니가 오랜 기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혼다의 안정적인 제조 노하우가 결합해, 이동수단을 ‘경험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모델이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차량 전면부에 장착된 ‘미디어 바’다. 이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운전자의 감정 상태나 메시지, 충전 상태, 날씨 같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외부에 표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동차에 ‘표정’을 부여한 셈이다.
특히 이 ‘미디어 바’ 기술에는 국내 기업의 활약도 있다. 엘지디스플레이가 아필라 1의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40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적잖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차량 내부의 파노라마 스크린 역시 소니의 게임, 영화, 음악 콘텐츠와 연결돼 몰입감 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예정. 덕분에 ‘차 안에서 콘서트홀과 영화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차’라는 별명도 붙었다.
소니혼다모빌리티 측은 내년부터 아필라 1을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우선 출시하고, 2026년부터 본격 인도에 나설 계획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482km를 달릴 수 있으며,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와도 호환된다. 업계에서는 아필라 1이 단순 전기차를 넘어선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테슬라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인터랙션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로 얼마나 시장을 흔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소통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CES 2025에서는 기아, 현대차, 혼다 역시 차량 전면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콘셉트카를 대거 선보이며 미래차 디자인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자동차는 하드웨어적인 성능만이 아닌, 감성적 교감과 개성 표현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른 상황이다.
아필라 1은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선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 중심의 전기차 시장에 소니 같은 전자업체가 뛰어든 만큼, 앞으로 자동차의 정의와 개념 자체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과연 아필라 1이 테슬라를 비롯한 기존 전기차 강자들을 긴장하게 만들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지,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