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속 문장들
예술가들은 일기를 쓴다고 했다. 아이유도, 테일러 스위프트도 일기를 쓰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기록광이었다고.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 비스무리한 거라도 되보고자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걸 기념한답시고 5월 10일 일기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좋다, 싫다, 짜증난다 같은, 매주 일기 검사를 받던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휘력에 반성했다. 손 가는 대로 쓰다 보니 비문도 많고 헛소리도 많고 맞춤법도 엉망이다.
그래도 개중 다시 읽어볼만 했던 일부를 정리해봤다.
2022년 6월 2일 목요일
거절 당할까 무서워 묻지 못했던 게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두려움은 대부분 믿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날 해칠까봐, 미워할까봐, 거절할까봐 두려워 하는 것은 모두 상대와 상대의 마음을 믿지 못해서였다. 어렵겠지만 조금은 덜 무서워하려고 노력해보자.
2022년 6월 12일 일요일
예술가가 되고 싶지만 사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꾸 뛰어난 사람들과 비교하고, 나는 늦었다며 우울해한다. 웃기는 일이다.
그래도 벌써 꾸준히 일기를 쓴지 한 달이 넘었다. 예술가에 가까워졌는지, 사실 뭔가 변화가 있긴 한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과정 속에 있는 동안은 결과가 잘 안보이는 법이니까 그냥 꾸준하게 해보는 수밖에 없다.
2022년 6월 13일 월요일
열등감 느낄 사람도 참 많다. 나보다 앞서 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내 또래인데도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냥 지금 내가 아닌 것들을 부러워한다. 쓸 데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드는 감정이다. 심지어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지 않고 본인이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부러워한다. 지금은 펜이 잘 나오는 사람들이 부럽다.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상처가 나면 자꾸 뜯는다. 조금만 아프고 말다가도 중간에 한 번 너무 아플 때가 있다. 아무는 중이라 그래.
2022년 6월 16일 목요일
어른스럽고 적절한 대처가 뭔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여유롭고 너그럽지만 불쾌할 때는 부정적인 감정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타고 나는 걸까? 여전히 너무 서투르고 부자연스럽다.
2022년 6월 20일 월요일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베이맥스. 결국은 형이 그랬듯, '누군가는 도와야지.'의 누군가가 된 히로. <빅 히어로>는 오랜만에 보니 더 좋다.
딸이 구해진 모습을 확인하고 체포된 캘러핸의 눈빛이 마음에 남았다. 체포되어 딸 곁에 있을 수 없지만, 체포 당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딸은 영영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안쓰러운 점이 있는 악당이라고 생각했다.
일기를 쓰기로 한 건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귀찮다는 핑계로 대충 쓸 때가 많지만 당시 했던 생각을 적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이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