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교환학생 이야기
덴마크의 여름은 놀랍다. 날씨만 보더라도 이 나라가 왜 손에 꼽히게 행복한 나라인지 이해될 정도다. 덴마크에 막 도착했던 8월 말에도 매일 좋은 날씨가 유지되었다. 비가 오더라도 저녁이면 노을이 물들어 일상적인 순간을 순식간에 동화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날씨가 유달리 좋은 날이 있다. 모든 것이 적당하지만 하늘만은 지나치게 파란 날이 있다. 어디를 가든 발걸음이 가볍고 웃음만 나오는 날이다.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좋다.
덴마크는 안데르센의 나라, 안데르센은 인어공주의 작가이다. 인어공주상은 규모도 작고 주변에 대단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 막상 보러 가면 실망하고 오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인어공주상을 굳이 찾아가지 않았다. 살다보면 언젠가 갈 기회가 있겠지 싶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학교 선배 언니들과 점심을 먹은 날이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밖에서 먹는 로망을 포기할 수 없어 난로에 기대 샌드위치를 먹었다.
헤어지기 아쉬워 한참을 걸었다. 20분 남짓을 걷다 보니 조금만 더 걸으면 인어공주상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 우리 인어공주 보고 갈까?"
한 사람의 제안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날씨란 화창하다가도 물방울이 떨어지고, 구름 사이에도 따스한 햇빛이 내리 쬐는 것이었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어공주상에 가까워지자 그야말로 '적당한 날'이 되었다. 푸른 하늘과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투덜거리며 걷던 우리는 금세 별 거 아닌 데에 신기해하고 별 거 아닌 말에 웃기 시작했다.
30분 가까이 걷고 나서야 인어공주를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가봤던 사람들은 인어공주상이 크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고, 분명 실망할 거라고 했다.
좋아진 날씨를 따라 좋아진 기분, 인어공주상의 규모는 그 기분을 나빠지게 할 수 없었다. 푸른 하늘을 담은 푸른 바다. 여행 온 사람들의 들 뜬 목소리. 그 공간과 시간에 담긴 것들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인어공주상이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걸 그때도 지금도 알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