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교환학생 이야기
3학년 때 처음 축제와 MT를 경험하고 아는 동기보다는 모르는 동기가 더 많은 '코로나 학번'. 기쁘지도 예쁘지도 않은, 소홀했던 학교 생활에 핑계만 될 뿐인 별명이지만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은 졸업할 때까지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아무도 강요한 적 없지만 후배가 생기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 생활에 서투르면 안될 것 같았다. 해본 것도 많고 익숙한 게 당연한 시기라고 여겨졌다. 정작 나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해 본 적 없느냐는 질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교환학생이 된다는 건 학교에 익숙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학교가 낯선 3학년'은 이 상황을 웃기게 표현하는 단어 조합이었지만 '학교가 낯선 교환학생'은 괜찮았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 사실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낯선 학교를 마음껏 누리고, 낯설다는 느낌을 즐겼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낯선 언어와 낯선 음식. 항상 좋을 수는 없고 항상 신기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괜찮았고 잘 몰라도 괜찮았다.
처음 하는 경험들은 설렘이라는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랬다. 처음 가 보는 MT, 처음 하는 축제, 처음 하는 대면 수업도 날 설레게 했다. 하지만 그걸 즐기지 못하게 만든 건 익숙한 척 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이었다. 그 강박에서 벗어나서야 비로소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