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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ul 09. 2024

솜방망이나 좀 두드릴 줄 알았더니

2017년, 2019년, 그리고 2024년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부쳐

    언론사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알려진 바로는) 세 번째의 '단톡방 성희롱' 사건도 얼추 마무리되어 가는 모양새다. 앞서 2번의 사건이 대강 뭉개지며 그 파편만이 간간이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다소 냉소하며 예측했던 바와는 사뭇 다르다. 솔직히 말해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잽싸게 사표를 내면 회사는 그것을 수리하는 선에서 끝이 날 줄 알았다. 기자뿐만 아니라 제법 이름이 알려지고 영향력도 있는 정치인도 피해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2개 사는 '해임', 1개 사는 '정직 6개월'의 징계 조치를 각각 내렸다. 기자협회도 오늘 이사회를 열고 다시는 협회에 가입할 수 없는 최고 수위 징계인 '영구 제명'을 의결했다.


    회원사에 재직 중이라는 전제하에 소정의 월회비만 내면 회원이 될 수 있고, 그조차도 "기자상에 출품할 수 있고 기자협회장 선거에 투표할 수 있고 축구대회에 나갈 수 있는 것 정도를 빼면 회원가입이 내게 득이 될 것이 있느냐"라며 썩 내켜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각사 협회장들이 젊은 기자들을 붙들고 가입을 읍소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징성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너희는 이제 우리 새끼가 아니다"라는 선언이라고나 할까. 같은 업계에 몸 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매금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던, 그래서 사건 처리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기자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물론 밥줄을 잃은 저들을 받아 주는 회사가 없으리라고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한창 일할 나이, 한창 현장을 휘저을 연차의 기자들이 업계 자체에 넌더리를 내고 탈주하거나, 소위 '매체력'이 강한 회사로의 '상향 이동'을 꾀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비어 버린 자리를 메우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회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다른 직군에 비해 비교적 '개인플레이'가 수월하다고는 해도, 출입처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과 적절히 도움을 주고받지 않는다면 일하기가 퍽 고달파진다. 게다가 기자들을 수시로 상대하는 취재원들이 이 사건에 대해 아예 모른다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취재원까지도 저급한 성적 물화의 대상으로 삼는 기자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이번 처분에 대해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어떤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이 될 것 같아 자세히 적지는 않겠지만, 과거에 어린 여성 기자들을 골라 불쾌한 접촉을 일삼는 고참 남성 기자가 있었다. 나도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형사사건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모종의 과정을 거쳐 징계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제 와서는 그가 과거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거나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다만 우리가 고민 끝에 힘겹게 불쾌감을 토로하자 문제의 고참 기자가 근처로도 오지 못하게 보호해 준, 어린 후배들이 당한 온당치 못한 처사에 불 같이 화를 내며 징계위 회부를 강력히 밀어붙인 선배들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나도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방패막이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번 사건의 결말은 경직된 업계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로 얼버무려지던 부적절한 행위들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들린다. 조금이지만 어쨌든 무언가 바뀌고 있기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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