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인간이란 존재가 단 하나, 오직 ‘나’만 존재한다면 이름이 필요 없다는 것. 같은 종(種)이 여러 개체가 존재할 경우, 구분 짓기 위해 우리 저마다 하나씩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
갑자기 어렸을 때 키우던 ‘병아리 이름 붙이기’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인간이 우주 연구를 시작했을 초기 무렵,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은하를 발견하고 ‘우리 은하’(Our Galaxy)라고 명명했다. 그 당시에는 다른 은하의 존재를 알기 전이다. ‘은하계’ 자체의 존재의 유무와 상관없이 오로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 은하로 불렸다.
그 후 인간은 약 2조 개의 은하를 발견했다.
다른 은하를 발견한 후에도 우리는 우리 은하라는 이름을 유지한다.
명명한다는 것은 단지 주민등록, 출생신고 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름은 누구에게 불리기 위함이며, 소개하기 위함이며, 나를 알리기 위함이며,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저 구분 혹은 구별 짓는다는 것보다 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세상에는 수백 혹은 수억 개 아니 헤아릴 수 없는 만큼의 많은 이름이 있으나, 나는 단 하나다.
내 이름은 의미가 있다.
부모는 아이를 낳고 제일 먼저 이름을 짓는다. 사랑하는 반려동물들도 꼭 이름이 있다. 때로는 내가 아끼는 인형에도 이름이 있으며, 내가 힘들 때 그 누군가의 ‘이름’이 먼저 생각난다.
내가 애틋하게 기다리는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를 때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필명을 써 내려갈 때의 설렘을 알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흔히 이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우주 속 먼지만도 못한데 대충 살다 가자’ 와 같은...
우주의 시간에 비례해 찰나의 순간과 같은 나의 인생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유한한 인생 속에서 매일을 유의미한 일로 채워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