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나를 부르는 소리

나는 최미진이지만 미지라고 불리는 걸 좋아한다. 이유는 딱히 없다. 옛날부터 그랬다. 내 이름보다 세련되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때, 그때 정도면 이름으로 놀리는 건 다 하지 않았나 싶은 그런 때 “미진 아줌마 이름 아니냐” 하고 놀리는 친구가 있었다. 아무도 안건드리는 내 이름을 어딘가에 대어준 게 고맙기도 하고 이름이 주는 촌스러움에 공감하기도 하며 “니는 검정 고무신이가” 하고 답하곤 했었다.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가 받아와주신 이름에 의해 하마터면 미자가 될 뻔 했던 미진에 안도하면서도, 한자어를 풀면 아름다운 보배라는 사실에 만족하면서도 크고 엄청난 애정까지는 주지 못했었나 보다. 여러모로의 이유로 나는 미지를 좋아하고 듣고 싶어한다.

이게 사투리라서 그랬나보다. 올라오니 아무도 미지라고 부르는 사람이 없다. 불러주던 이들이 사무치게 떠오를만큼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원하게 된다. 내가 이런 말을 전하지 않아도 미지라고 불러주는 사람을. 미진아 말고 미지라고!

미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도 봤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미지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지는 않아서, 불리고만 싶어서 쓰고 표기할 때는 미진이라는 내 이름이 좋다. 받침 니은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데 불릴 때는 없는게 더 정겹다. 미지라고만 적고 그걸 내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허전하다. 꼭 있어야 할게 빠진 느낌. 반면, 말로 하면 미지이로 끝나는 끝음에서 없는 니은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묵음해도 내 귀에는 나를 부르는 소리로 쌓아지는 것이다.

내일은 누군가에게 부탁해 봐야 겠다. 한 번만 불러달라고. 이유가 크지 않지만 나의 기분좋음을 위해 도와달라고 해봐야 겠다.

그전에 내가 나를 불러볼까, 미지 오늘도 고생많았고 새벽인데 빨리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