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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샘 Jun 05. 2024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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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이전에는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모임이나 관계에서 뜸해졌다. 행동에 책임지지 못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내가 너무 찌질하고 싫지만, 그렇게 찌질 가득한 나는 새로고침만을 바라며 세월이 흐르길 바랬다, 얼른 이 시기가 지나가버리길. 그저 가릴 수 없는 내 수치심과 과오를 숨기고 싶은데 급급했다. 이런 내 모습에 모순이 있다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판단은 하지만 실행도 하겠다. 실행은 하지만 판단도 하겠다. 나중에 떠올렸을 땐 “잘못한건 잘못했다 하고 용서를 구하고! 해야할건 딱 하고! 그래야지! 앞으로는 그런다“ 큰소리 떵떵 치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작아지고 움츠려들어 회피하고 싶기만 한 나였다. 생각의 기저에는 관계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한심하겠지에 초점이 가해져서 나를 더욱 더 더욱 더 작게만 만들어갔는데 그러다보니 숨지않고 나를 드러내며 표현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지금 현재에도 그런 모습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 내가 또 숨어버릴지 모르지만, 약간의 기술이 생기긴 했다. 일단 상황의 원인을 없애고 살아가려하고 내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인다. 일어나는 원인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걸 알고 나를 커버칠 수도 있게 되었다. 약간이더라도! 예방과 대처를 하나씩 해나가는 와중에도 나는 찌질하다. 나이가 먹을수록 한순간에 잃어버린 소 때문에 비어버린 외양간 속에서 탁탁거리고 탕탕거리겠지. 그렇게 지어질 외양간과 앞으로의 소들을 기대하며 새로 고치지 않고 새로 고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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