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남이로소이다 - 05
간호 집사의 질문에 잠시 얼어붙은 수의 집사가 곧 대답했다.
수의 집사의 말에 간호 집사 둘이 처치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이것저것 잔뜩 챙겨 온 간호 집사들은 화단으로 나가 그 녀석 앞에 먹을 것을 늘어놓았다. 그곳엔 나의 열렬한 사랑 츄르도 놓여 있었다. 아... 맛있는 츄르... 그러자 그 녀석은 별 경계심 없이 다가가 작은 코를 움찔거리며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다시 유리창으로 다가왔다. 감히 츄르를 거부하다니.
한참을 넋 놓고 그 녀석을 보고 있던 중 한 간호 집사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어머, 희남이 꼬리털 세운 거 봐!"
간호 집사의 말을 듣고 난 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깨달았다. 어느새 내 꼬리는 화단의 강아지풀 마냥 털이 쭈뼛하게 서 있었고 내 눈은 그 작은 녀석의 모든 움직임을 담기 위해 동그랗게 커져있었다.
그곳에 있던 수의 집사와 간호 집사들은 조롱을 섞어 비웃으며 유리창이 없었어도 넌 쟤 못 잡았을 거라는 묘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댔다. 하지만 무지한 것들의 발언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저 녀석이 너무 궁금했다. 아니 갖고 싶었다. 어떤 감촉인지 앞발로 쓰다듬고 싶고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고 싶었다. 저 작은 몸을 구석구석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그 녀석은 갑자기 화단 모퉁이로 몸을 숨겼다.
'제길.. 유리창만 없었어도...'
그 이후 간호 집사는 이것저것 새로운 먹을 것을 갖다 주었으나 그 녀석은 이제는 관심이 없는 듯 먹을 것에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그 녀석은 화단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금빛의 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인포 데스크에 올라앉아 여느 때와 같이 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중이었다. 평소 기침이 심한 말티즈 콩이 보호자가 병원으로 들어와 진료 접수를 마친 뒤 인포 데스크에 기대 서서 원집사와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던 중 그 녀석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젯밤에 요 앞에 산책할 때 보니까 쪼그만 노란 쥐 한 마리가 죽어있던데, 오늘 보니까 없어졌네요?"
"어머, 정말요? 며칠 전에 이 앞 화단에......."
그들이 대화는 이어졌지만 왜인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나는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그 녀석은 나에게 두근거림을 주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