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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토록 Mar 07. 2023

공연기획자 되려면 꼭 필요할까? 편입 vs 아카데미


연극, 뮤지컬, 클래식, 대중음악, 무용, 국악 등 무대 위에 펼쳐지는 콘텐츠의 색깔과 스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중 어떤 장르의 공연기획자를 꿈꾸고 있나요? "저는 어떤 무대든 다 좋아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면 어디에서 일해도 상관없습니다!"라고 대답하나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라면, 다양한 장르의 무대화에 관심을 두고 시도해 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장르에서 전문성을 키워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커리어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라면,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입니다. 우선은 스스로를 "경쟁력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요.



늘 말씀드리지만, 공연예술계에 입문하는 데 있어 전공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현직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비전공자들의 비율이 더 많은 게 사실이고요. (아직은!)



문화콘텐츠학과, 예술경영학과 출신들의 관련 업계 취업률이 100%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전공이 무관하다는 이유로 다시 입시를 치르거나, 편입하거나, 유학을 가는 것을 굳이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학문적으로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라면 그 선택은 존중합니다.



그럼 이렇게 또 얘기하시겠죠. "저는 이제 막 공연기획에 관심이 생겨 이론적으로 아는 게 전혀 없어요. 공연업계 취업은 비공식적으로 거의 인맥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하니 비전공자라면 최소한 아카데미 수강은 필수인 것 같아요. 거기에서 만난 현직자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 시중에 '공연기획'을 주제로 한 책이 정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절대 적지 않습니다. 전공 서적으로 쓰이는 전문적인 이론서도 있고, 경험을 녹인 에세이 형식도 있고, 현직자는 아니지만 공연 마니아 중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그걸 정리해서 출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책 중 한두 권만 제대로 정독해도 비전공자에게 필요한 이론적 지식은 충분히 쌓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 지식의 결핍을 꼭 정규 교육을 통해서 채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정답이 아닙니다.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새로운 학교에 다니고, 그러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은 꼭 구매하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읽거나, 대여해서 일정 기간 집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이론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근데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다면서, 길이 안 보여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면서, 관련 분야 책 한 권을 찾아 읽지 않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습니다. 이 사실에 맥이 빠질 뿐입니다. 정말로 공연기획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 게 맞는지 묻고 싶습니다.



반면, "닥치는 대로 관련 책을 사서 읽고, 이론적인 공부도 나름 해왔지만 '실무 경험자 우대' 사항이 있어 제가 어필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어떻게 경험을 쌓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맞아요. 대부분의 기획사가 같은 스펙이라면 '실무 경험'이 조금 더 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바로 업무에 투입시키고 싶기 때문이죠. 정규직으로 입사해도 수습 시간을 거치기 마련인데, 그 기간이 교육을 위한 시간은 아닙니다. 팀 리더(또는 사수)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현장에 투입된 상태로 실무를 익혀가야 해요.



공연업계 업무가 매우 빠르게 돌아갑니다. 한 가지 일만 여유롭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늘 시간에 쫓기고,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죠. 그러니 조금이라도 실무를 경험한 친구들을 찾는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실무 경험'이란 무엇일까요. 공연을 직접 기획하거나, 홍보마케팅 업무를 진행해 본 걸 의미할까요? 그런 경험이 있다면, 신입이 아닌 경력자로 이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식으로 입사해도 만 2~3년은  거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하게 됩니다.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가 거의 없어요.



'실무 경험자 우대' 사항은 말 그대로 옵션입니다. 이왕이면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얘기하는 거예요. 앞서 뭔가 대단한 경험을 해봤기를 바라는 게 전혀 아니랍니다. 그래서 공연장 어셔나 행사 스태프든, 기획사 사무 보조든 급여 처우 신경 쓰지 말고 가능한 한 많이 겪어 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이에요.



당시 본인 업무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현직자들은 다 압니다. 분명 아주 작은 일이었을 거라는걸. 하지만 사소한 일이라도 다양한 경험을 시도했다는 건 그만큼 이 업계에 들어오기 위해, 직접 현장에서 보고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다는 것의 방증이죠.



눈썰미가 심각하게 부족하지 않다면, 보고 들으며 실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강 감은 잡고 있으리라 믿는 것이고, 현직자들이, 선배들이, 어떤 환경과 분위기에서 일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이 길을 여전히 꿈꾼다는 건 그만큼 열정도 있다는 것일 테고요. 그래서 '관련 경험'에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예비 공연기획자 여러분, 지금 처한 환경에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가장 빠르고 경제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기회비용을 치르지 마세요. "누구는 OO 아카데미 나와서 OO 들어갔다더라"에 솔깃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삼백만 원 들여서 공부하고 나서 다른 길로 취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저도 방송사 계열 아카데미에서 공부했지만, 동기 중 현재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에 꼽습니다.



자, 3개월간 공연장 안내원으로 같이 일한 두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A는 늘 출근 시간 30분 전에 극장에 도착해 관객을 맞이하고, 친절하게 객석 입장을 도왔습니다. 공연도 여러 개 볼 수 있어 일하는 것도 즐거웠고, 지각 한번 없이 성실하게 일 한 것에 대해 칭찬도 많이 받아 뿌듯해합니다.


B도 A 못지않게 역시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작품별로 찾아오는 관객들의 연령층을 분석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또 예매처에 들어가 상세 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으며 진행하는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확인했죠. 그러한 행사들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MD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로비 데코는 어떤 콘셉트를 추구했는지... "틈나는 대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체크하고 기록했습니다. 거기에 자기 생각도 덧붙여 놓았죠.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 꼼꼼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같은 경험이라고 해도 누구에게는 이력서에 공연장 스태프로 일했었다고 그저 한 줄 더 추가될 뿐이지만, 누구에게는 그 시간을 통해 얻은 경험과 기록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자기 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됩니다.



연극 뮤지컬계 공연기획사에 신입으로 입사할 때,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제출한다면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저라면 자기소개서와는 별개로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는 걸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그 지원자를 한 번 더 눈여겨볼 것 같습니다.



엔터 쪽(공연업계 포함)은 입사 시에 포트폴리오를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거기에 꼭 대단한 경험들이 들어가야 할까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보세요. 관련 경험이 고작 극장(또는 야외 현장)의 안내원뿐이라고 해도 그 시간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가 있었고,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를 깔끔하게 문서화하여 '설득력 있는 커리어'로 보일 수 있도록 해보세요.



공연기획자에게 필요한 '기획력'을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공연기획서'를 직접 한 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자료에서 나타나는 건 단순히 지원자의 경험만이 아닙니다. 논리력, 작문력, 문서작업력, 디자인 감각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라 해도, 그렇게 어필한다면 심사자들의 눈길을 끌고, 깊은 인상을 남겨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겁니다. 특히 비전공, 나이에서 오는 불리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부분을 만회해 좀 더 점수를 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연예술계에는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이 업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예술계 일은 3D라고 할 만큼 만만치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이면에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밤낮으로 일하는 이들의 땀과 열정이 존재합니다. 혹시 동경해 마지않는 배우들과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급여나 복지 조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열악합니다. 이는 대학로뿐만 아니라, 엔터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TOP 아이돌 콘서트를 기획하는 매니지먼트사 또는 대형기획사라면 괜찮을까요? 처음 시작할 때의 처우는 비슷합니다.



어느 특정 회사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엔터 분야 취준생들의 '꿈의 회사'로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현업인들이 이야기도 한 번 찾아보세요. 직장인들이 소통하는 '블라인드' 플랫폼이 있잖아요. 업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높지 않습니다.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고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자신의 꿈"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 전공이나 교육기관에 기댈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실질적인 경험에 도전하세요. 공연장 스태프도 좋고, 사무실 업무 보조도 좋습니다. 직접 그곳에 있어 봐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 꿈이 정말 이게 맞는지, 인생을 걸만한 길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어떤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고 분명하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장르의 공연들이 어느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회사의 구인 공고는 어떻게 나는지, 어떤 사항을 우대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취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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