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주의, 스압 주의
오래전부터 영화 <위키드>가 홍보비를 막대하게 쏟아붓는다는 후문이 있었다.
(해외) 슈퍼볼, 파리올림픽에서부터 (국내) 더 현대 팝업, 서울 메인 지하철역 광고까지 초록마녀로 도배시켰다.
할리우드 씀씀이가 아무리 헤프다 한들 지갑 사정이 이 정도일 줄이야.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었달까.
한편으론 '어디 그 실력 한번 보자'라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2024년 11월 21일 새벽 2시 기준) 국내에서 가장 긴 영화 <위키드> 줄거리와 감상평,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우리는 서쪽 마녀가 죽으니 기뻐(?)..!
'오즈'라는 나라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오즈 국민들은 '서쪽 초록 마녀(엘파바)'를 혐오한다. 오즈 나라를 헛소문으로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즈 국민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칭송한다. 오즈의 마법사는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사악한 서쪽 마녀는 죽어도 "애도 따윈 없다"고 소리친다.
영화의 시작은 "서쪽 마녀가 죽었대!"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 소식에 기뻐 춤추며 '서쪽 마녀 사망을 축하하는 파티'가 펼쳐진다.
선한 마법사 글린다가 하늘에서 오즈로 내려오자, 군중들은 서쪽 마녀 동상을 불태운다.
그런데 어째... 글린다는 서쪽 마녀 욕을 하지 않는다.
어쨌든 축제는 성료된다.
다시 하늘로 떠날 채비를 하던 글린다에게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질문한다.
그 마녀랑 친구였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글린다가 대답한다.
"맞아. 학교 다닐 땐."
그리고 시작되는 글린다와 서쪽 마녀 엘파바의 학창 시절 이야기.
서쪽 마녀와 지지고 볶는 친구였지
엘파바는 배다른 아이로 태어났고, 자신의 동생 '네사로즈'는 걷지 못하는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타야만 했다.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억울하게 혼나기도, '피부가 초록색'이라며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분노가 차오를 때, 우연히 알게 된 초능력. 주위 사물을 공주부양 시킬 수 있다!
글린다는 부족함 없이 자란 '구김살 없는 성격'이다. 무한도전에 나온 말처럼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랄까. 전형적인 깍쟁이다. 반면 엘파바는 이리저리 치이며 살다 보니 긁히기를 수차례. 마침내 쉬즈 대학교에 입학하는 날 버튼이 눌리는 사건이 터진다.
쉬즈 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글린다는 쉬즈 대학 교장 마담 모리블에게 마법을 배우는 게 꿈인 '재능은 없지만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마담 모리블에게 뻔뻔스럽게 다가가 "저 기억하시죠? 아 왜 있잖아요~ 제가 여기 입학할 때 '마법 지팡이' 관련 에세이 썼는데~ 저 진짜 교수님 수업 듣고 싶어요!"라고 아부할 정도다. 물론 "난 매 학기 수업을 하진 않아요!"라며 글린다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마담 모리블.
문제는 엘파바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 엘파바는 네사로즈를 쉬즈대학 입학식까지 데려다 준다. 하지만 대학 기숙사 사감이 네사로즈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모습을 보자, 엘파바의 분노가 폭발한다. 이른바 컨트롤할 수 없는 '중력 마법'을 써버리고 말아 버린 것! 이 모습을 지켜본 마담 모리블은 "여러분 내가 한 짓이에요. 서프라이즈~ 놀랐죠?"라고 엘파바를 쉴드 쳐주며 특례 입학까지 시켜주는 센스를 보인다.
'입학한 뒤엔 숙소 생활을 해야 하는데..' 마담 모리블은 고민한다. 누구와 같이 룸메이트를 시켜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마담 모리블에게 아부하기 위해 접근하다가 고꾸라져 버린 글린다. 실수로 손을 들어버렸다. 당첨!
글린다는 본인의 최고급 스위트룸 기숙사에 엘파바가 끼어 사는 걸 불편해한다. 기숙사 방 안의 공간도 잘 내주지 않는다. 그러니 처음엔 지지고 볶기 일쑤다. 화가 풀어지기 시작한 건 피예로의 등장 때문.
판을 뒤엎는 왕자님 등장이요
이웃나라의 왕자 피예로가 쉬즈 대학교에 전학 온다. (여느 스토리가 그렇듯) 입학하자마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훈남 모먼트 작렬하시고. 도서관에서 "얘들아 공부하지 마!"라고 소리친다. 나쁜 남자 매력에 홀딱 반해버린 글린다. 피예로가 불법적인 '오즈 더스트'로 가서 파티를 즐기자는 꼬드김에 홀라당 넘어가버린다.
여기서 잠깐. 쉬즈 대학교에 입학한 또 다른 학생 '보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보크는 글린다를 보며 사랑에 빠져버렸지만, 그의 옆에는 피예로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글린다를 만나기 위해선 오즈 더스트 파티에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완곡한 거절의 표현을 생각해 내기 위해 짱돌을 굴리던 글린다는 이렇게 말한다. "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좋아. 네사로즈에게 오즈 더스트 파티에 함께 가자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착한 사람" 눈치가 없는 보크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 즉시 네사로즈에게 달려간다. 한 번도 파티에 가본 적 없던 휠체어 탄 네사로즈와 파티에 동행하기로 약속한다. '나 잘했지?'라는 표정과 함께.
물론 신난 건 네사로즈도 마찬가지. 언니 엘파바에게 쪼르르 달려간 네사로즈는 말한다. "보크가 나랑 오즈 더스트에 같이 놀러 가재! 글린다가 용기를 내보라고 도와줬대!" 동생에게 희망을 선사한 글린다에게 내심 미안한 엘파바. 기숙사에 돌아가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그때. 글린다가 낡아빠진 삼각뿔 모자 하나를 엘파바에게 건넨다. 죽고 못 사는 글린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것 중 가장 별로인 모자를 준 것. 하지만 엘파바 입장에서는 '감사 2연타'를 세게 맞은 상황. 보답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서쪽 마녀와 둘도 없는 친구이기도 했고
마침내 오즈 더스트. 모두가 파티를 즐기고 있는 그때, 엘파바가 등장한다. 모두가 놀라고, 놀린다. 엘파바는 담담히 마담 모리블에게서 받아온 마법봉을 글린다에게 건넨다. '이제 마담 모리블 교수님 수업을 함께 듣자'는 말과 함께. 이정도면 꽤 괜찮은 보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티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기 전,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경음악 하나 없이) 보란듯 무대 정중앙으로 향하는 엘파바.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이 장면에서 숨이 멎을 뻔 했다). 글린다와 함께 파티에서 춤을 추던 피예로가 말한다.
남의 시선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나 봐
갈린다가 대답한다.
어떻게 안 쓰겠어. 안 쓰는 척하는 거지.
(이 두 마디는 <위키드>의 정수다)
글린다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엘파바에게 다가가 같이 춤을 춘다. 불편한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둘은 결국 절친이 되었다. 기숙사로 돌아온 일상에서도 말이다. 서로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워진다. 밤을 새며 진실게임을 하는 건 덤.
그러던 어느 날, '오즈의 마법사' 초대를 받은 엘파바. 꿈에 그리던 에메랄드 시티로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 소원을 들어주는 바로 그 오즈의 마법사?! 글린다는 함께 기뻐하며 엘파바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제 소원은 동물이 말하는 거예요
글린다의 소원은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소원이 나오게 된 배경도 짧게 짚어보자.
원래 오즈의 나라는 동물과 사람 모두 말을 할 수 있었다. 동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쉬즈 대학교에 유일한 동물 선생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역사를 가르치는 염소 선생님.
그런데 어느 날 염소 선생은 '동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업 도중에 질질 끌려 나간다. "내 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비명과 함께.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황.
하지만 상황은 악화된다. 오즈에 있는 모든 동물은 철장 속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한다. 서로 만나 말을 할 수 없어지게 된 것이다. 엘파바는 '말도 안 된다'며 세상의 불의에 항거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다. 엘파바의 열정에 쉬즈 대학교 교장 마담 모리블은 오즈의 마법사에게 '긴급 편지'를 쓴다. 그리고 도착한 회신이 바로 '오즈의 마법사 초대장'.
엘파바를 오즈의 에메랄드 성으로 초대합니다.
그렇게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티에 있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글린다/쉬즈 대학교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기차가 막 출발할 때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낭만적인 말을 건넨다.
같이 가자!
음? 설마~. 아니 잠깐만. 둘은 같은 열차에 몸을 싣는다. 이걸 간다고?
본격적으로 떡밥 회수하는 에메랄드 시티
엘파바와 글린다는 에메랄드 시티 내 에메랄드 궁에 도착하기 직전, 비밀의 마법책 '그리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머리는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책이다. 오즈의 마법사는 이 책을 읽어 마법을 쓸 수 있지만, 그 이후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언어를 아는 사람이 사라져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소문이 횡행했다. 하지만 '오즈가 암흑의 시대'일 때, 선택받은 오직 단 한 사람만이 이 마법서를 읽을 수 있다는 예언이 전해지고 있었다(벌써부터 감이 오쥬?).
마침내 에메랄드 성 내부에 있는 몇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다. 마법사..라기엔 할아버지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오즈의 마법사는 에메랄드 궁을 친절히 안내하며 엘파바의 소원을 묻는다. "동물들이 다시 말하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에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맞받아치는 오즈의 마법사. 그리곤 엘파바에게 혹시 그리머리를 읽을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아무도 읽을 줄 모르는 이 책을 읽겠다는 자신감 뿜뿜. "제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볼게요"라며 그리머리를 읽어보겠다는 엘파바.
아, 잠깐잠깐. 오즈의 마법사는 경비대장을 앞에 두고 다시 말한다. "옛날부터 이 원숭이 경비대장이 매일매일 새를 참 부러워했어. 새는 날 수 있잖아. 원숭이는 날 수 없고. 너가 그리머리를 읽어서 이 원숭이를 공주부양 시킬 수 있겠어?" 의심 없이 그리머리를 읽어 원숭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엘파바.
그런데 갑자기 오즈의 마법사가 이상한 말을 한다. "좋았어. 이제 얘네들을 스파이로 쓰면 되겠네"
잠깐. 스파이? 충격의 반전. 동물을 인간의 적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점점 목소리를 잃고 침묵시킨 건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것. 동물들을 침묵시켜 인간들만의 권력을 단단하게 유지시키고자 한 것. 원숭이를 '날아다니는 스파이'로 삼아 동물들이 말하지 않도록 감시하려 했던 것.
눈치 빠른 엘파바는 오즈의 마법사에게 재차 다가가 묻는다. "마법사님, 그리머리 읽어보세요" 말을 잇지 못하는 마법사.
당신 마법사 아니죠?
농간에 당해버린 엘파바. 충격을 받은 엘파바는 성문을 박차고 도망치려한다. 하지만 아뿔싸, 이미 모든 원숭이 등에 날개가 달려 있는 상황!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된 엘파바는 에메랄드 성을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다. 엘페바를 쫓아 다니는 날개 달린 원숭이.
그리고 마침내 성 꼭대기에 올라 엘파바가 시작한 노래 'Defying Gravity'.
엘파바는 말한다.
"글린다. 우리 함께 떠나자. 우리 둘이면 뭐든 할 수 있어."
하지만 끝끝내 자리를 지키는 글린다.
결국 엘파바는 떠나며 소리친다.
Tell them how I am defying gravity!(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중력을 거슬렀는지 말해주세요!)
I'm flying high, defying gravity!(난 중력을 거스르고 높이 날아갑니다!)
그렇게 진실을 고수한 채, 미움받을 용기를 낸 서쪽 마녀의 이야기 PART 1이 끝난다.
특장점 3가지(형식적 한계 극복, 연출 완성도, 음악의 힘)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좋았던 점을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 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뮤지컬은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한계가 없다. 영화로의 전환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을 거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중력을 거스르는 상황과 장면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책상과 의자, 심지어 포크까지. 애초에 뮤지컬과 다르다는 점을 못 박고 시작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정도다. 일종의 뚝심이랄까. 심지어는 뮤지컬 넘버의 속도감을 인위적으로 늘렸다가 줄이면서 긴장과 이완을 추구했다. 틀에 박힌 뮤지컬 넘버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둘째, 연출 완성도가 매우 높다.
'화면 전환' 연출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시퀀스 별로 포인트 지점을 명확하게 짚어준다. 손가락으로 물길을 스쳐가는 장면이나 형형색색의 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서쪽 마녀가 죽었다'고 소리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장소에 따른 이미지를 캐릭터화 한 것도 훌륭했다. 여긴 쉬즈 대학이야, 여긴 오즈 더스트야, 여긴 에메랄드 시티야 등. 몰입감과 이해도를 높이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셋째, 무시할 수 없는 힘은 음악이다.
Popular와 Defying Gravity는 위키드의 핵심 테마곡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신시아 에리보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듀엣이 일품이다. 캐릭터와 연기력을 논하기 이전에, 위키드의 토대가 되는 음악이 한 몫을 한다. 이것 역시 오해하면 안 된다. 다 같은 뮤지컬 장르 영화라고 좋은 음악을 쉽게 구현하는 건 아니다. 영화 <레미제라블>과 <캐츠>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작정한 유니버설
최절정에서 시작한 노래 Defying Gravity는 가히 압도적이다.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 뒤, 생각했다.
초록 마녀 이야기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쓸어버리겠구나
아카데미 시상식은 '감독/ 남녀 주연상/ 남녀 조연상/ 각본/ 각색/ 음악/ 주제가/ 미술/ 분장/ 의상/ 촬영/ 편집/ 시각효과/ 음향상' 총 16개 상이 핵심이다.
감히 예측컨대 <위키드>는 주제가(Defying Gravity), 각색, 여우주연(신시아 에리보 or 아리아나 그란데)상 정도는 거의 확정적인 것 같다. 비빌 언덕이 있는 영화가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맞아. 뭐 어쩌라고.
이 영화의 핵심은 '마녀의 재해석'이다.
'마녀=나쁘다'로 단순 클로즈업 하지 않는다. 한 걸음 줌 아웃해서 '나쁘다'라고 생각한 과정을 상상하여 얼개를 끼워 맞췄다. 오해하지 마시길. '마녀가 나쁘다'라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왜 나쁘다고 하는 거지?'를 파고들어서 비틀어버린 거다.
이 생각의 끝에는 차별이 아닌 차이가 있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남는다.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체해서 파래진 거 아니고, 어렸을 때 풀 뜯어먹어서 파래진 거 아니"라고.
현실의 언어로 직역하면 이렇다.
'우리 서로 달라. 맞아. 근데 그게 뭐. 어쩌라고.'
실제로 신시아 에리보(엘파바)가 천재이승국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인정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의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우리나라 현실에 작정하고 허를 찌르는
논의를 확장시키면, 우리나라 현실에 허를 찌른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천재이승국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핵심을 '무지'라고 결론지었다.
이 이야기가 던지는 아름 다운 질문은 그거 같아요.
'우리는 전체 이야기를 모른다'는 것.
사람들은 상처를 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서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우리에게 던져봐야 할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를 위한 공간을 어떻게 열어둘까? 그렇게 우리의 다름을 받아들여야죠.
'이민자 문제'가 떠오른 건 비단 나만이 아닐 거다. 현재 국내 외국인 노동자는 260만 명. 전체 인구의 약 5% 수준이다. 경상북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물론 공식 집계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겠지만 말이다.
이 5%의 사람들에게 착각이 뒤집어 씌워진다. '함부로된 판단'이 덧입혀 진다. 강력 범죄의 소굴이라고 치부하거나, 배우지 못해 한국에 왔다는 이야기 등등.
오해다. 20241111 슬로우뉴스發 <2024 이주노동자, 이제 두 번째 단계 넘었다>에 나온 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인터뷰를 보면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네팔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고학력자들이 (한국으로) 온다. 석사와 박사 학위자가 육체노동을 하기 위해 온다. 에이전시를 통해 고용허가제로 오는 이노자는 본국(이노자의 고향 나라)에서는 육체노동을 한 적 없는 사람들이고,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명령을 받고 감정적으로 모멸감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2021년 작전명 미라클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특별기여자'가 있다. 그 때 들어온 아이들은 울산에서 여전히 이렇게(20221221 JTBC發 <[밀착카메라] "BTS랑 떡볶이 좋아요"…한국 초등생 된 아프간 아이들>) 다를 바 없이 살아간다.
이 학교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로 온 특별기여자 자녀 26명도 다니고 있습니다.
[모나와르/울산 서부초 1학년 : '곰 세 마리'하고 '아빠 힘내세요'하고 '꼬마 눈사람' (좋아해요.)]
가정통신문엔 한국어 밑에 아프간어가 써 있고,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반도 생겼습니다.
[김호산나/통역사 (타지키스탄 10년 거주) : 아이들이 저 볼 때마다 막 달려와서 안기고 이런 모습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우리말로 시를 짓고, 동화도 만듭니다.
[파르니안/울산 서부초 5학년 : 동화책 만들었어요. '개미가 말했어요. 토끼야 당근 좋아해? 그래, 너무 좋아해.']
좋아하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파르니안/울산 서부초 5학년 : 떡볶이. 급식실에서 먹었어요.]
[아이샤/울산 서부초 5학년 : 저는 BTS 좋아요. 뷔, 뷔 좋아해요.]
쉬는 시간엔 서로 다른 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어울립니다.
[전윤성·서준혁/울산 서부초 4학년 : 친구 '무사'랑 5, 6학년, 그다음에 중학교 가서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임미숙/울산 서부초 교장 : 한꺼번에 많은 다문화가정이 갑작스럽게 이주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준 결과 지금은 잘 어울리고…]
Black Lives Matter. All Lives Matter. There's No doub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