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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생 Jan 24. 2024

Y2K    데자뷰

                                                   Y2K 데자뷔     

                                                                        최재홍 가천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창업학과 교수     

  나는 1999년 대학의 전자계산소를 맡고 있었다. 하루에 몇 장씩 상부의 공문과 행동 지침이 접수되고, 일주일에 몇 번씩 대책 회의를 했고 관련 세미나와 연구회에 참석했었다. 바로 밀레니엄 버그라는 지금 사람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단어인 Y2K 때문이었다. 2000년이 넘어오기 전날에는 모든 직원을 대기시키고 1초씩 카운트를 세어 가면서 2000년을 맞이했다. 1999년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에서 2000년 1월 1일 0시 1초를 접하면서 그 긴장은 마치 지구 종말까지 염두에 둔 수준의 염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긴박하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들이 그것에 초점이 맞춰서 해석되었던 시절이었다.


  최근 주변 상황들이 벌써 20년이 넘은 그 당시를 생각나게 하는 일들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인공지능 킬러 로봇의 등장이나 스스로 판단하며 인간을 공격하는 드론의 스토리, 로봇이 어린아이를 해한 이야기 등등은 우리가 SF영화를 너무 많이 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자율 주행 사고나 선량한 사람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들은 그저 고장 난 인공지능의 흔한 사례로 볼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인공지능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안전과 개인정보보호, 그리고 AI 서비스를 공개하기 전에 안전성과 보안을 보장하는 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같은 맥락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며칠 전에는 중국까지 참여하는 인공지능 위험에 공동 대응하는 AI Safety Committee를 개최하여 28개국 장관들이 합의했다고 한다. 또한 유럽연합은 인공지능의 위험 수준을 4단계로 규정하고 규제 법안을 만들어 공표했다고도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으로 제기되는 위험에 개별 국가는 물론 공동으로 규제하고 대응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업계의 리더들까지 합세하여 핵과 같은 규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인공지능의 바람을 일으키고 인공지능에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는 기업의 수장인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 하물며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나 오픈 AI의 샘 알트먼까지 나서서 진정성이 의심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나라와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들이 많은 관련 학자들과 연구로부터 이구동성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며칠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모아서 워드와 파워포인트, 엑셀이나 아웃룩, 화상회의 팀즈 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무용 생성형 AI 응용서비스인 코파일럿을 출시했다.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를 통해서 수익을 내려는 첫 시도이며, 현재까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존재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업무 생산에 큰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품이다. 이는 기업이나 개인의 생산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다. 또한 기업들이 활용할 챗봇이나 인식 기술, 그리고 콘텐츠의 생산과 추천, 인증과 보호 등 여러 방면에서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이 모두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것들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두 번의 겨울을 지났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가졌고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해 일어나던 불씨가 사라졌던 시기이다. 혹자는 이번에도 세 번째 겨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상황판단 없는 입빠른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모두 출격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는 한때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는 뒤질 수 없다’라는 슬로건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IT 분야에 보다 많은 관심과 성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그 단어를 대치할 때로 보인다. 다만, 2000년 1월 1일 새벽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하던 그 느낌으로 모두에게 설명 가능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인공지능의 실현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 교수, smartphone.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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