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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출 박씨 Jun 10. 2021

보고싶은거만 보면 편하죠

2. 자연스럽지 못한 자연인과 함께 -3





어제의 염려와는 다르게 지금 자연인과 기분 좋게 촬영 중이다.

이는 20만 원이 가져다준 반전이었다.  금액을 올려주면 열심히 해보겠다고 그가 먼저 제안을 해 왔다.

자연만큼 자본과 친한 자본인, 아니 자연인 덕분에 무난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무술로 물고기를 잡아 보이겠다고 하였고 몇 번의 무술 액션과 함께 강에다  손을 강하게 내리꽂았다. 그리고 팍팍팍! 하는 소리와 함께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물~론. 우리가 전날 시장에서 산 물고기였지만 배를 까고 떠오르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편집으로 다듬으면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집에 돌아와 잡은 물고기로 저녁을 해 먹으며 씬을 마무리하였다.




그때 그가 보여줄 게 있다며 우리를 불렀다.


바로 반한 편에 쌓여있는 손편지들이었다.



“이 편지들은 뭐예요?”


“아~ 내가 밤마다 우리 아내에게 편지를 한 통 씩 써요. 사실 아내에게 미안한 게 많거든”


“아내 분한테요?”


“사실 산에 올라오기 전에는 내가 사업도 하고 나름 잘 나갔었어. 근데 내 욕심에 사업도 기울고 나중엔 도박에도 손대서 집 재산을 다 날려 먹었거든…   그때문에 가족들을 다 흩어지고 나도 갈 데가 없어 도망치듯 산에 온 거야”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를 바라보며


“가족분들은 보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이피디가 물었다.



“보고 싶지만 어떡하겠어.. 내 죄가 큰데… 사죄하는 마음으로 밤마다 아내에게 편지를 씁니다…. 몇 번 아내 친정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  이제는 그냥 쌓아 놓고만 있긴 해요”


그의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함께 카메라에 담긴다.


“혹시 아내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한마디 해주세요”


자연인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며


“00아…. 내가… 미안해.. 미안해..”



흐느껴 우는 그를 보며 이피디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그의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사연이 방송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저희 몇 개 인터뷰 더 따고 인서트만 찍고 촬영 마무리할게요”




자연인은 이 나이에 주책이라며 민망한 듯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훔치며) 그래요..”



이제 점점 촬영의 막바지로 가고 있다. 이피디는 따지 못한 몇 개의 인터뷰를  밖에서 마무리하고 있을 때 조연출 박 씨는 그의 집으로 들어가 내부 인서트를 찍고 있었다. 그림 하나가 없다고 다시 이 산골짜기에 들어올 수 없기에  꼼꼼하게  자연인의 세간살이를 훑어 찍는다.



그러던 중 이 산에 어울리지 않는 노트북이 눈에 띈다. 그래서 한쪽으로 치우려고 만지다 화면이 반짝 켜졌다. 화면에는 비트코인 창이 뜬다.  스타벅스와 노숙인도 충격적이었는데 비트코인과 자연인이라니….

이 프로그램에 들어 온 뒤 조연출 박 씨는 세상이 달리 보였다. 세속과 멀리하기 위해 산에 들어왔을 줄 알았는데…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자연인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 저희 이제 가볼게요. 촬영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그래요, 나도 고마웠어요.”


“방송하기 전에 한 번 더 연락 드릴게요.”


“나중에 다들 한 번 더 놀러 와요~~ 특히 저기 저 작가님은 꼭! ”


“네…? 저요? 저조 연출인데;;;…”



“아 조연출이었구나! 아이고 이제 알았네(첫인사때 말함)! 어쨋든간에 조연출님은 나중에 내 생각나면 꼭 연락해요. 여기 살기 좋아~ 나랑 살면 더 좋고~”



이… 무슨… 망발인가.. 지금 자연인이 조연출 박 씨에게 플러팅을 날린 것인가?  기분좋은 작별은 물 건너 갔다.

세상에 자연인에게 플러팅 받아본 사람이 있을까. 충격적인 마무리다.


“그럼 잘 가세요~ “


“예;;;;; “



이피디와 조연출 박 씨는 반짝이는 서울을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

아직 남은 업무는 첩첩산중이지만  두사람은 한시름 놓았다며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그 순간


띠링! , 한 개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지금 서울로 올라오고 있어요? 저.. 할 말이 있는데….’



이 메시지를 처음 볼 때만 해도 문자 뒤에 숨은 사건을  알아채지못했다.


그리고 조연출 박 씨는 가장 큰 고민과 결정을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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