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면서 이곳 생활의 장단점을 종종 생각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바로 총기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국 헌법 수정 제2조에서 명시한 총기 소지 및 휴대 권리처럼, 총기 소유에 대한 미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존중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middle of nowhere’를 지나칠 때면 “이런 곳에서 가족을 지키려면 총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미국에 산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총기 보유와 사용을 좀 더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미국에 살면서 총기 사고 뉴스를 듣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무감각해지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총기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몰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기가 두려워지고, 특히 학교나 유치원에서 발생한 사고 뉴스를 들으면 다음날 아이를 등원시킬 때 불안감이 커진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지만, ‘제발 아무 일 없기를…’ 하는 마음으로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60%가 현행보다 강한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정치적 성향이나 집단에 따라 그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강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흐지부지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데 있어 전미 총기협회(NRA)의 로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워싱턴 D.C. 에서 NRA는 국회의원들에게 강한 로비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총기 규제 법안이 나와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NRA는 미국에서 이익단체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인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흥미로운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뉴욕타임스의 “The Daily”라는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는 NRA가 현재의 막강한 로비력을 갖게 된 과정과, 그 배경에 John Dingell 하원 의원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Dingell 의원은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NRA의 이사회 멤버로도 일하며 오랜 기간 NRA의 로비 전략을 세우고 총기 규제 법안을 무력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이해 충돌이 아닐까 싶어 찾아보니,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이 NRA 같은 비영리단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https://www.nytimes.com/2023/08/01/podcasts/the-daily/nra-gun-right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