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소설
11월 6일 수요일, 양은 아침 일찍부터 옷을 갈아입고 퇴원할 준비를 마쳤다.
“하, 양 씨, 오늘 피 검사 결과를 보고 퇴원하세요.”
아침 회진에서, 안심해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양은 점심 환자식을 취소해 버렸다. 여기서는 이제 한 끼도 더 먹고 싶지 않았다.
이날 양의 혈소판은 1만 8천으로 낮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과립구였다. 일주일 동안 1천 이상을 유지하던 과립구가 735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립구가 1천 이상이어야 격리 병동 밖에서 생활이 가능했다.
옷을 너무 일찍 갈아입었어. 밥도 취소하지 말 걸.
양은 후회했다. 지금 환자복을 다시 입는 건 괜찮지만, 집에 갔다가 병원으로 실려 오면 충격이 클 양이었다.
“환자복으로 다시 갈아입을까요? 이러면… 퇴원이 어려운 거죠?”
“수혈을 받고 퇴원하는 환자 분들도 많아요. 주치의 선생님께 여쭤 볼게요.”
잠시 뒤 주치의가 찾아와 말했다.
“수혈을 받으면 오늘 퇴원하셔도 됩니다.”
“네? 그래도 괜찮아요? 과립구가 이렇게 낮은 데도요?”
“대신 글리벡의 복용을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그럼 과립구도 오를 겁니다. 아무래도 글리벡은 면역력을 낮추는 기능이 있어서요.”
“네? 글리벡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꼭 먹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병이 변화할 수 있다고 안심해 교수님이 그러셨거든요. 정말로 괜찮은가요? 아침마다 8알이나 먹다가 하나도 안 먹어도요?”
“안심해 교수님께서 그러라고 하셨어요.”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삶의 질을 보자면, 병원과 집은 비교할 수가 없어요. 집에 가셔서 잘 드시고 푹 쉬시면 다시 올라갈 거예요. 대신 교수님의 외래 진료를 5일 뒤로 잡아 뒀으니 그때 오셔서 피 검사해 보시고 다시 복용하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제 정말로 퇴원이었다.
노란 피를 맞고 나자 벌써 오후였다.
대양이 사다 준 털모자에, 두꺼운 점퍼에, 마스크까지 써서 단단히 감싸고 양은 병실을 나섰다.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지 42일만이었다. 파업의 무대였던 병원 로비와 파란 천막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치워지고 없었다.
바깥에는 차가운 빗방울만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겨울이었다.
[웰컴 투 항암월드] 의 브런치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에 공개된 앞부분과는 결이 또 다른, 상상을 뛰어넘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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