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최악의 학대, n번방 사건
불과 2년 전인 2020년 우리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동영상을 거래하던 문형욱(일명 '갓갓')과 조주빈(일명 '박사')과 그 일당이 검거되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n번방은 1개의 대화방이 아닌 여러 개의 대화방을 통합하여 이르는 말이다. 여러 범죄자들이 수많은 대화방을 개설하여 성착취 동영상을 거래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8번 방을 개설해 음란물을 팔았던 문형욱(일명 '갓갓')의 'n번방'과 입장 금액에 차등을 두어 음란물을 판매한 조주빈의 '박사방'이다. 하지만 그밖에도 이들과 유사한 범죄자들이 많았으므로 단순히 문형욱이나 조주빈만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즉, 정확하게는 '텔레그램 성착취물 방 사건'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통칭해서 부르다보니 'n번방 사건'으로 굳어진 것이다.
2019년부터 이러한 성착취물이 텔레그램에서 급격하게 확산되었다고 하는데 우선 텔레그램은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수사 협조가 어렵고, 이용자들 사이의 거래도 암호화폐로 이루어져 추적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2019년 8월 2일 <전자신문>이 텔레그램 성착취물에 대해 보도하며 사람들에게도 이곳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8월 12일 후속 보도까지 내며 이들이 미성년자 피해자를 피싱 방식의 해킹으로 개인 정보를 빼낸 뒤 신체노출 사진 등을 전송케 하고 이후 이것을 빌미로 자해나, 고문, 성매매까지 시켰다는 내용을 보도하게 된다. 이때는 '노예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런 '노예방'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한겨례>에서는 특별 취재팀을 꾸려 이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러한 텔레그램 성착취물 방'에서는 기자들의 신상을 알아내어 기자 및 가족들까지 협박을 하였고, 기자들은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하게 된다. 하지만 특별취재팀은 경찰과 협조 아래 이들의 추적을 이어간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을 끔직할 정도였다. 우선 문형욱은 안승진(일명 '코테) 등과 함께 2019년 2월부터 8개의 텔레그램 방(일명 n번방)을 만들어 각 방에 최소3~4명, 많게는 20~30명 피해자들의 가학적 성착취물을 올려 입장료 1만원 씩에 판매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에게 '개 흉내내기, 남자 화장실에서 옷벗기, 카메라 응시하며 자위하기' 등을 시킨 뒤 그 영상을 팔았던 것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결국 다른 사람을 시켜 여고생 피해자를 찾아가 강간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전모씨(일명 와치맨)이 만든 '고담방'은 이런 수많은 텔레그램 방과 불법 성인 사이트 등을 소개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으며 '박사방' 역시 이곳을 주 홍보수단으로 삼았다.
그러던 중 2019년 8월 문형욱은 돌연 '고담방'에 자신은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n번방의 관리 권한을 신모씨(일명 켈리)에게 넘긴다. 그러나 경찰은 끈질기에 이들을 추적하였고, 2020년 5월 11일 문형욱은 경찰에 체포된다. 와치맨(전모씨)의 경우엔 다른 불법 사이트 관련 범죄혐의로 이미 2019년 9월 구속된 상태였다가 경찰 조사로 인해 n번방과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결국 문형욱은 징역 34년, 안승진은 징역 10년, 남경읍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박사방은 n번방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조주빈은 문형욱이 활동을 중단할 무렵 '박사'란 님네임으로 고담방에 등장하여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온갖 변태적인 성인물의 영상을 따라하게 만들었는데, 공공장소에서 변태적인 표정 찍기, 싹싹 빌며 시키는 영상 찍기,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 하기, 피해자들의 신상을 올리며 변태적인 자세로 영상 찍기 등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성착취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주빈 역시 관리자인 부하 직원을 시켜 피해자를 강간시킨 뒤 그 영상을 찍기도 했다.
조주빈은 3등급으로 방을 나누어 운영했는데 입장료 25만원 방, 60만원 방, 100(이후 150으로 오름)만원 방이 그것이다. 물론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맛보기방이나 게시판 등은 별도로 운영되었다. 박사방은 조직적으로 운영되어 관리자급인 부따(강훈), 이기야(이원호), 김승민, 사마귀, 찐, 느므 등이 있었고, 피해자들이나 다른 텔레그램방을 위협하는 역할을 하던 구마적, 용기, 지킬박사원경학 등도 있었다. 일종의 범죄 조직이었던 것이다.
박사방은 트위터 등의 개인 SNS에 고액 알바 광고를 올린 뒤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수집한 뒤, 조건만남이나 스폰 등의 알바라며 피해자를 꼬신 다음 그들의 주민등록증 사진, 계좌번호, 연락처 등을 받아 내었다. 이후 약한 수위의 노출 사진 등을 전송해 줄 것을 요구한 뒤 이것을 미끼로 점차 높은 수위의 영상을 받아냈으며, 거부하는 여성들에게는 가족이나 학교, 직장 등에 기존의 영상이나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의 끝나지 않을 듯했던 범죄행위는 경찰의 끈질긴 추격 끝에 덜미를 잡힌다. 경찰은 이들이 가상화폐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조주빈을 비롯한 일당의 자금 흐름을 분석했고, 결국 이들이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통로를 파악하여 2020년 3월 16~17일에 거쳐 운영진 일당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이 당시 도망쳤던 강훈은 4월 2일에 붙잡았고, 군복무 중이던 이원호 역시 4월 6일 검거하였다.
조주빈을 비롯한 운영진 13명과 '박사방'의 유료회원 23명, 이들은 단순하게 성착취물 유통이 아닌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으로 추가 기소되었다. 조주빈은 또다른 사기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인 손석희(JTBC 사장), 윤장헌(광주광역시 시장), 김웅(전 기자)등에게는 사과하는 발언을 했지만 자신의 피해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어쨌든 조주빈은 징역 42년, 강훈은 징역 15년, 이원호는 징역 12년 등이 확정되었으며, 약 1만5천 명 정도로 밝혀진 유, 무료 회원 중 유료 회원들에 대한 추적은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가 인터뷰 한 내용에 따르면 조주빈은 자신을 취재한 내용이 방송에서 다루어지면 SBS 방송국 옥상에서 여성을 투신 자살하게 만들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따로 없다.
이들의 변태적 성욕과 관음증으로 인해 희생당한 수많은 여성들은 지금도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인격적 연쇄살인과 다름없는 이들의 범죄 행위가 겨우 30~40년의 감옥살이로 벗겨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