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기록하다

오늘 하루가 그저 흘러가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by 샙마미

삶을 바라보는 태도, 해석이 결국 내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 무엇보다 공평한 '시간' ,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안에서 어떤 사람은 감사와 믿음과 사랑과 행복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불평과 불만과 후회와 비교와 낙심을 선택한다.


어차피 살아내야 할 인생이라면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맞을까?


출산 후 마음이 괴로운 시간이 곧 지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괴로운 마음은 더욱 괴로운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그 마음이 나를 잠식시켰다.


나의 불안은 나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무가치함과 무기력함에서 왔다. 나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데에만 시간을 썼기에 출산 후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내 역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기도 잘 키우며 아기와 건강한 상호작용을 맺고 , 자신의 일도 잘 해내고, 집안일과 요리도 척척해내는 엄마들을 보면서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다. 나 같은 사람이 엄마인 것이 부끄럽고, 나에게 온 귀한 아기가 안쓰러웠다.


나 빼고 다 좋은 엄마 같은데, 나 같은 엄마를 만나서 아기가 겪지 않아도 될 것들을 나로 인해 겪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좀먹고, 암담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재밌는 것이 하나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기대하는 것도 없는 우울감이 가득한 내 인생이 아기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까 봐 너무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이 마음을 품고 하루하루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아기와 돌아오질 않을 이 소중한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내 아픈 마음이 치유되길 바란다.


오늘 아침은 친정엄마와 아기와 함께 산책을 하고, 남편과 엄마가 준비해 주신 것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참 감사할 일이다. 당연한 것이 하나 없는데..


기운 내서 빨래도 돌리고 건조기도 돌렸다. 이 모든 것들을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와 나의 남편, 새빛이에게 쾌적한 옷을 제공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식사가 끝난 후 방에 들어와 기도했다. 아직은 혼자 허공에 대고 기도하는 것 같지만, 언젠간 나의 기도가 그저 독백이 아님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글을 쓰고 난 후 잠언을 필사할 것이다. 아기가 낮잠 자고 일어나기 전까지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들을 쌓아 나아가야지..


아기가 스스로 먹고 싶어 한다. 아기의 성향이 뚜렷하게 보여 오늘은 아기에게 단호박소고기 스틱을 만들어줘 봤다. 손이 느리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이곳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반드시 일상에서 엄마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들은 갖추고 익숙해진 상태에서 온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자립하고 싶다.


아기가 당연히 다 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입에 넣고 쪽쪽 빨고 제법 입을 오물오물하며 음식을 으깨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귀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나를 못 믿으면 나의 아기도 믿어줄 수 없다. 아기를 믿어줘야지. 걱정과 불안으로 검색하는 시간들로 나의 하루를 채울 것이 아니라, 내가 아기에게 어떤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 하루만큼 아이도 나도 자라나는 시간들로 채워보고 싶다.


내일의 나는 또 불안함 속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 할 수도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거다. 삶은 언제나 평탄하기만 할 수 없고,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배우고,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막막하지만 그냥 나의 수준만큼 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수준보다 더 괜찮은 수준으로 점프해 볼 날이 오겠지..!

그날이 반드시 올 거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나에게 맡겨진 이 귀한 생명을 잘 길러낼 것이다.


아름답게, 찬란하게.



작가의 이전글뭐라도 하면 내 인생이 달라질까?